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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병원서 아동 170명 성폭행”… ‘3경원’ 자원 묻힌 국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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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서 지속되는 내전으로 인해 피난민이 된 콩고인들이 17일(현지시각) 난민 임시 캠프에서 청량음료를 받기 위해 모여들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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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반군과 정부군 간 내전이 격화하는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아동 성폭력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캐서린 러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총재는 13일(현지 시각) 성명에서 “(내전이 벌어진) 북키부주와 남키부주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인권 침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강간 등 성폭력은 최근 몇 년 동안 목격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러셀 사무총장은 AP통신에 “한 어머니는 식량을 구하러 나갔던 여섯 딸 중 겨우 12세밖에 되지 않은 막내딸이 무장한 남성들에게 조직적으로 강간당했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일주일 동안 콩고 내 분쟁 지역의 의료 시설에서 총 572건의 강간 사건이 보고됐다. 이는 앞선 일주일 동안 일어난 강간 사건보다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심지어 그중 170명의 피해자는 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였다.

강간을 저지르는 이들의 소속은 정부군과 반군을 가리지 않는다. 유니세프 콩고 지부 책임자 리앤 구처는 “분쟁의 모든 당사자들이 성폭력을 저질렀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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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M23'이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 제2 도시 부카부로 진군한 후 감옥에서 집단 탈옥이 발생했다. 부카부 중앙 교도소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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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반군 점령 뒤 수백 명의 수감자가 교도소에서 탈출한 후 집단 성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유엔 내부 문서에 따르면 남성 수감자들은 약 165명에 달하는 여성 수감자를 성폭행했고, 교도소에 불을 질렀다. 화재에서 살아남은 여성 수감자는 9~13명뿐이었다.

범죄자들이 탈옥하면서 보복을 두려워하는 이도 많아졌다. 유엔 인권사무소(OHCHR)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학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수감자들이 탈옥하자 그들의 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피해자와 증인들이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소년 3명이 즉결 처형된 일도 있었다. UN 인권 책임자는 18일 “지난주 민주콩고 동부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에 진입한 반군에 의해 11~15세 소년들이 즉결 처형됐다”고 했다. 무기를 소지했다는 이유였다. 콩고 정부군과 반군은 소년병을 모집해 비난받았었다.

◇“3경원 가치 광물 묻혔다” 민주콩고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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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콩고 적십자사 회원들이 동부 지역 제2 도시 부카부의 거리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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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콩고의 동부 지역은 금과 희토류, 코발트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미국의 분석에 따르면 콩고의 광물 자원은 무려 24조 달러(약 3경 3625조원)의 가치가 있는데, 대부분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작년 미국 상무부는 콩고를 세계 최고의 코발트 생산국으로 꼽았다. 코발트는 배터리 제조의 핵심 원료다. 콩고에서 나는 희토류 역시 반도체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다.

AP통신은 “전 세계가 전자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콩고의 광물에 그 어느 때보다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과 미국은 물론, 이웃 국가인 르완다와 우간다도 콩고 광산에 재정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지역의 부(富)는 콩고 국민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았다. 1억명의 인구 중 60%가 빈곤층”이라며 “그 대신 천연자원 쟁탈전이 나라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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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각) 시민들이 버려진 군용품을 뒤져 무기와 폭발되지 않은 탄약을 찾는 모습을 M23의 군인이 감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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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콩고는 이번에 내전을 일으킨 반군 ‘M23’의 배후로 르완다를 지목했다. UN과 서방 국가 등 국제사회도 이에 동의하지만 르완다는 부인한다.

2012년 M23은 인구 200만의 동부 최대 도시 북키부주 주도 고마를 1주일 동안 점령했으나 미국과 영국의 원조 중단, 르완다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되자 항복했다.

이후 별다른 활동을 벌이지 않던 M23은 2021년 11월 무장 공격을 재개하고 2023년 3월부터 공세를 강화했다. 올해 들어서는 동부의 거점 마을을 차례로 점령한 뒤 동부 최대 도시와 제2 도시까지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약 35만명의 실향민이 발생했으며 최근 고마에서 벌어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으로 3000명 가까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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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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