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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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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 신유빈 그리고 원태인…스포츠는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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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때 야구 신동으로 불린 원태인. 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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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은 얼마 전 끝난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땄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가기야마 유마(일본)에 쇼트프로그램 연기에서 뒤졌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했다. 차준환은 어릴 적부터 피겨 유망주로 손꼽히면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었다. 유튜브 등을 보면 피겨에 푹 빠져 있는 그의 어린 시절 모습을 금방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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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신동으로 11살 때 SBS 예능에 출연한 차준환. SB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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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차준환 만이 아니다. 탁구 신유빈도, 축구 이강인도, 그리고 양궁 김제덕도 어릴 적 TV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꿈을 얘기했다.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해당 스포츠의 열정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이들은 모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품었다. 차준환처럼 조금 시간이 걸리기도 했으나 기어이 어릴 적 다짐대로 “꼭 메달을 따겠다”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이들을 보면 마치 잘 자란 옆집 아들, 딸 같다. 시간의 흐름대로 그들의 성장을 지켜봤기에 더욱 그렇다. 대중의 관심 속에서 부담감도 있었겠지만 꿋꿋하게 그들의 신념대로 운동에 매진해온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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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때 탁구 신동으로 불린 신유빈. SB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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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때 양궁 신동으로 불린 김제덕. SB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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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팬들이 원태인을 바라보는 마음도 비슷할 것 같다. 원태인은 2005년 야구 신동으로 TV에 출연한 적이 있다. 영상을 보면 곱슬머리의 6살 꼬마는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양준혁도 만나고 시구도 한다. 아버지가 지도하는 야구부와 함께 야구 연습을 하고 최고 시속 61㎞의 공을 뿌린다. 미래의 라인업도 그려보는데 지금 한솥밥을 먹는 구자욱도 있다. ‘중학생’ 김상수(전 삼성, 현 KT 위즈)에게 홈런을 맞는 ‘6살 원태인’의 모습도 있다. 그렇게 원태인은 삼성 팬들의 무한한 관심 속에 무럭무럭 자랐고, 기대에 부응하면서 아마추어 시절을 마쳤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 때 홍준학 당시 삼성 단장은 “원태인은 10년 전부터 1차 지명으로 정해져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관심이 지대했다.



원태인은 프로 입단 뒤 다소 부침이 있기도 했으나 2024시즌 당당히 푸른 피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프로 처음 타이틀 홀더(다승 공동 1위)가 됐고, 삼성이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데 밑돌을 놨다. 이에 앞서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발탁돼 문동주(한화 이글스)와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한국이 금메달을 따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승엽 같은 선수가 될 거예요”라고 수줍게 말하던 6살 꼬마는 그렇게 타자가 아닌 투수로 책임감 넘치는, 삼성의 든든한 에이스가 됐다. 국가대표팀 마운드의 기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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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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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에서 한창 시즌 준비를 하는 원태인에게 “어릴 적 TV로 주목받은 게 ‘프로야구 선수’ 원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마이너스적인 요인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의 답은 이랬다. “크게 많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마이너스 적인 부분은 없고, 제가 응원했던 팀에 입단하고 싶은 목표가 생긴 부분이 플러스적인 요인인 것 같습니다.”



유소년기 TV 출연이 선수들의 직접적인 실력 향상에 기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멘탈적인 성장에 긍정적인 도움을 줬을 가능성은 있다. “우리 태인이”라고 불리면서 ‘대구 아이돌’로 자란 원태인은 “팬분들이 저 덕분에 야구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말씀하실 때 제일 기분이 좋다”고 했다. “원클럽맨과 미국, 일본 리그 진출 중 하나를 골라달라”는 한 팬의 물음에는 “국외리그에 진출한다면 원클럽맨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러 가는 것이니까 삼성 팬분들이 기꺼이 응원해주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던 원태인이기도 했다.



스포츠는 스토리다. 스토리는 무엇보다 강한 연대를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이라는 성장사만큼 파괴력 있는 것도 없다. 2025년, 또 다른 스토리를 기다려본다. 야구든, 혹은 아니든.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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