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세터 한선수(40)는 그야말로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2007~2008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에 지명된 이래 줄돋 한 유니폼만을 입고 뛰고 있다. 지난 11일 삼성화재전에 출장하면서 여오현, 하현용, 박철우(이상 은퇴)에 이어 V리그 남자부 역대 네 번째로 5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을 세웠다.
한선수의 대기록이 앞선 세 선수와 다른 것은 한 유니폼만을 입고 500경기를 출장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이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에 밀려 만년 3등에 머물 때도,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전인미답의 영역인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할 때도 한선수는 대한항공의 주전 세터로 코트 위를 지켰다.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야심차게 통합우승 5연패를 목표로 시작한 2024~2025시즌이지만, 대한항공은 그 목표가 어그러지고 말았다.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를 비롯해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했다. 한선수 역시 성치 않은 무릎으로 예년에 비해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역대 최고 외인 레오 영입으로 ‘화룡점정’을 찍으며 시즌 초반부터 독주했고, 조기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1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대한항공과의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에 상관없이 승리만 거두면 이후 남은 7경기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통합우승 4연패를 거둔 ‘대한항공 왕조’의 자존심은 강했다. 비록 지금의 차이를 뒤집을 순 없어도 자신들이 제물이 되는 것까지는 허용할 마음이 없었다.
직전 14일 KB손해보험전에서 올 시즌 유일하게 단 한순간도 코트를 밟지 않으며 결장했던 한선수도 마음가짐도 마찬가지였다.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한 네 시즌 동안 20승4패로 철저히 밟았던 현대캐피탈에게 올 시즌엔 4전 4패로 밀리며 ‘천적관계’가 뒤집힌 상황. 이날 패배는 상대의 정규리그 1위 확정 축포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과 동시에 향후 챔프전에서 만났을 때도 기싸움에서 뒤처지는 것을 의미했다.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세트부터 한선수의 토스워크는 예리했다. 세트 초반부터 강력한 공격력을 과시한 요스바니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한선수의 낮고 빠른 토스를 받은 요스바니는 현대캐피탈 블로커들을 농락했다. 기세가 오르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폭발력을 자랑하는 요스바니는 10-10에서 레오의 리시브를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서브득점을 터뜨렸고, 1세트에만 서브득점 3개를 터뜨리며 현대캐피탈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세트를 따낸 대한항공은 2세트도 현대캐피탈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 중심엔 역시 요스바니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도 상대 블로커들의 움직임에 따라 요소요소에 다른 공격수들을 활용한 한선수가 있었다. 2세트에도 10-7에서 연속 6득점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굳힌 대한항공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 하나. 연속 6득점의 마지막 득점을 조재영의 절묘한 백A 속공으로 연결한 한선수가 착지 후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 16-8에서 정한용의 파이프 공격을 연결한 뒤 한선수는 웜업존으로 빠졌고, 곧바로 무릎에 아이싱을 하며 이날 더 이상 코트에 서지 않았다.
1,2세트를 따낸 대한항공은 허수봉이 살아난 현대캐피탈에게 3세트를 내줬지만, 4세트를 다시 가져오며 세트 스코어 3-1(25-19 25-13 22-25 25-19)로 이겼다. 승점 3을 챙긴 대한항공은 승점 55(18승11패)가 되며 3위 KB손해보험(승점 50, 18승10패)과의 격차를 벌리며 2위 싸움에서 한숨 돌렸다.
반면 정규리그 1위 확정에 매직넘버 ‘4’를 남겨뒀던 현대캐피탈은 ‘승점 6 짜리’ 매치업에서 단숨에 이를 줄이려다 실패하며 승점 73(25승4패)에 그대로 머물렀다. 대한항공의 향후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자력으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으려면 이제 2경기가 필요해진 현대캐피탈이다.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기 뒤 한선수는 불편한 왼쪽 무릎 상태 속에서도 양팀 통틀어 최다인 34점을 터뜨린 요스바니와 함께 수훈선수 인터뷰에 임했다. 한선수는 “이겨서 좋긴 한데,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시즌 동안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라고 이날 경기 승리에 대한 기쁨과 올 시즌 전체에 대한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무릎 상태에 대해선 “수술했던 왼쪽 무릎이다. 근육이 문제인지, 연골인지 검사를 해봐야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한선수는 5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지난 11일 삼성화재전에선 팀 패배로, KB손해보험전은 아예 코트를 밟지 못해 공식 소감을 밝히지 못했다. 500경기 출장에 대한 소회를 묻자 “어쨋든 혼자서는 500경기를 뛸 수 없는 것 아닌가. 한 팀에서 500경기를 뛰었다는 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프로 무대에 올 때 500경기를 뛰자라고 목표를 잡았던 것은 아니었다. 대한항공 구단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선수단 전체가 통합우승 5연패를 목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그 전제조건인 정규리그 1위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 주장이자 최고참인 한선수는 어떻게 동기부여하고 있을까. 한선수는 “사실 요 근래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초반부터 시즌 전체가 힘들어지다보니 그랬다. 마음을 편하게 먹자고, 후배들과 ‘으쌰으쌰’ 하자고 마음을 먹어봐도, 혼자 생각을 가진다고 해서 뭔가 바뀌는 게 없더라. 그래서 지금은 동료들이 자신있게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도와주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1985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마흔 하나가 된 한선수. 2024~2025시즌은 마흔에서 마흔 하나로, 시작과 끝을 40대로 하는 첫 시즌이다. 아무래도 몸관리가 더 힘들 법 하다. 한선수는 “30대 후반만 해도 비 시즌 때 대표팀에 들어갔다가, 이후 컵 대회에 V리그 준비를 하면서 몸 만들 기회가 없었다. 지금은 대표팀은 안 하지만, 전지훈련이다 뭐다 하다보니 힘든건 똑같더라. 다만 몸을 만드는 기간이 길어지긴 했다. 예전엔 두 달이면 몸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두 달반, 석달, 넉달...확실히 더 걸리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과거 통합우승 3연패를 달성한 후 한선수는 “43살까지 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남은 목표에 대해 묻자 “팬분들과 2만 세트는 채우자고 얘기를 하긴 했다. 개인 기록 목표는 2만 세트를 하는 것이다. 배구 인생으로 얘기하면 현역 마지막을 우승한 자리에서 은퇴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한선수는 18일까지 통산 19598개의 세트를 성공해 2만개까지는 402개를 남겨두고 있다. 올 시즌은 7경기만 남겨뒀기에 산술적으로 보면 2025~2026시즌 초반에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