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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수)

"미분양이 이렇게 많은데 청약은 무슨" 대탈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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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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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1월 한 달 동안 청약통장 가입자 4만명 이상 빠진 가운데, 해지한 계좌 대부분이 1순위 가입자로 나타났다. 미분양 아파트가 12년 만에 최다를 기록하면서 청약을 기다리기보다 미분양 매물을 직접 매입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025년 1월 한 달간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4만3533명 줄어들었는데 이중 73%인 3만2193명이 1순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분양 아파트 증가로 인해 청약 경쟁이 치열한 단지를 기다리기보다 미분양 매물을 직접 매입하는 실수요자들이 많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청약시장에 대한 실수요자의 신뢰가 흔들리는 것은 최근 1년간 지속된 흐름이다. 2024년 1월 기준 1순위 가입자는 1819만4283명이었으나, 2025년 1월에는 1761만3574명으로 1년 동안 12만명 가까이 줄었다. 특히 감소 속도가 최근 들어 더욱 빨라졌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1순위 가입자는 약 4만6000명 감소했지만,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불과 3개월 동안 3만2000명이 빠져나가며 감소폭이 커졌다. 시세차익을 기대했던 수요층이 줄어들고, 대신 미분양 아파트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7만 173가구로, 2012년 말(7만 4,835가구) 이후 12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물량은 2만1480가구로, 2013년 말(2만1751가구)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았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청약을 기다리기보다 당장 입주 가능한 미분양 아파트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상승도 실수요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575만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83%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당 1335만 원으로 18.84%나 올랐다. 이를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전국은 약 1900만원, 서울은 약 4400만원 수준이다.

무엇보다 1순위 가입자의 이탈이 눈에 띈다. 1월 한 달 동안 1순위 가입자는 3만명 이상 줄어든 반면, 2순위 가입자는 1만1340명이 감소하는 데 그쳤다. 과거에는 2순위 가입자가 먼저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1순위 가입자들마저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승으로 시장가격과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청약을 통한 자본이득 기대감이 낮아진 것을 주요 원인으로 해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공급 감소로 당첨 확률이 낮아진 점도 1순위 가입자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분양받아도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지역 경제 침체와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청약통장 가입자는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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