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재 미국 기업 10곳 중 3곳 "이전 고려·이미 진행"
반도체업계 특히 심화…대체지역으로 동남아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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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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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기술 기업들이 생산지를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관련 기사에서 다국적 기업들이 ABC(Anything But China·중국 말고 어디든) 전략으로 생산 기지의 중국 밖 이전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기업들은 중국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외 다른 국가 공급업체를 찾아 중국 공급업체를 보완하는 '중국 더하기 1'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아예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옮기는 'ABC' 전략이 새로운 원칙이 됐다고 WSJ은 진단했다.
기업들의 '중국 이탈'은 트럼프 1기 미중 갈등으로 움직임이 나타난 뒤 코로나19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중국의 엄격한 봉쇄 조치로 공장이 문을 닫자 많은 서구 기업은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 인도 등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후 첨단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며 이탈 움직임을 가속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중국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양화하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이러한 이탈 움직임은 스마트폰에서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기기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연례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360곳 중 30%는 생산 기지 이전을 고려하거나 이미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중 기술·연구개발 기업은 41%가 이전을 고려하거나 이미 시작했다고 밝혀 이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계로 나타났다.
특히 미·중 간 기술 갈등의 핵심인 반도체 업계에서 이러한 'ABC' 추세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서버 생산 허브 중 하나였지만 2022년 10월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 뒤 AI 서버는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더 많이 조립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와 공급업체 역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 리서치는 지난해 미 정부의 압박으로 중국 기업을 공급망에서 제외했다. 반도체 생산 전력 시스템을 만드는 어드밴스드 에너지 인더스트리는 오는 7월까지 중국에 있는 마지막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들도 서양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데이터 센터용 광 트랜시버 제조업체인 신역성통신기술은 해외 고객에 대한 공급을 늘리고 미·중 긴장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 태국 공장을 확장했다.
중국에서 탈출한 기업들은 주로 동남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서구 기업들의 최첨단 칩, AI 서버, 소비자 기기의 생산 기지로 선택받으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2018년 1550억달러(약 224조원)에서 2023년 2300억달러(약 332조원)로 늘었다.
다만 또 다른 대체국인 멕시코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산 제품 25% 관세 부과 위협에 따라 투자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이미 멕시코에 생산 기지가 있는 기업들은 이전을 고민한다.
기업들이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중국의 인프라와 공급업체, 노동력 생태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국가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말레이시아 페낭에 본사를 둔 칩 장비 위탁 제조업체 케미콘의 마르셀 위스머 대표는 "중국에서 벗어나면 공급업체 비용이 최대 15% 늘어날 수 있다"며 "비용, 수량 및 리드 타임에서 중국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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