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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우주 농업의 서막 ‘농림위성’[기고/권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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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권재한 농촌진흥청장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적인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스페이스테크(SpaceTech)였다. 세계 각국은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은 물론이고 우주항공, 위성 등으로 주력 산업 영역을 넓히며 우주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2년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계획’에서 미래 도전 분야로 우주·항공·해양을 포함시켰다. 또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서는 10년 내 우주항공산업을 10대 주력 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탐사선의 달 착륙(2032년)과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2045년)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농촌진흥청은 우주 시대 도래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우주항공청·산림청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중형위성’(농림위성)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위성의 본체와 위성 시스템의 조립은 완료된 상태다. 지금은 각종 우주 환경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테스트를 마친 후 미국으로 옮겨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발사대에서 우주 궤도를 향해 쏘아 올려질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5월 농림위성 발사 준비와 운영을 위해 농업위성센터를 신설했다. 이상기후로 농업 분야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위성 정보는 대응력 제고의 핵심으로 꼽힌다. 농산물 수급 안정, 농업 수자원 관리, 기후변화 감시와 대응, 디지털 농업 등 농업위성센터는 농업 관측 정보 활용 연구뿐만 아니라 위성 정보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민관 협력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농림위성은 지상에서 888km인 우주 공간으로 발사된다. 궤도에 오르면 하루에 지구 14바퀴를 돌며 3일마다 우리나라 전역을 촬영해 보낸다. 이렇게 구축한 영상 정보는 농업 관측 체계의 고도화와 생산량 관측, 작물 재배지 변동 및 기후변화 감시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또 주요 곡물 수입국의 작황 정보를 파악해 식량안보에 기여하고, 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 추진에 필요한 핵심 품목 재배 및 출하 면적 산출과 생육 산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우주에서 농업을 해야 하는 미래에도 대비하고 있다. 2010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농촌진흥청과 극지연구소가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컨테이너 형태의 실내 농장을 보낸 것이 그러한 연구의 예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스마트팜 기술과 수직농장 고도화 기술은 우주 공간에서 채소와 과일을 키우는 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모건스탠리 미래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 세계 우주 산업의 규모는 2800조 원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우주 강국이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더디지만 한 걸음씩 우주로 향하는 우리 농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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