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 복강경 기구 ‘아티센셜’
대형병원 7곳서 대규모 공동 연구
수술 후 합병증 적고 개복전환 ‘0’건
로봇 수준의 고난도 수술 수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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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상연구에 사용된 아티센셜 모노폴라 스패출러와 아티센셜 페네스트레이티드 포셉. 리브스메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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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한 복강경 수술 기구 ‘아티센셜’의 다기관 연구 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아티센셜의 대장암 수술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한 이번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의 허정욱 교수(총괄 연구책임자), 표대희 교수(현 은평성모병원)를 비롯해 서울성모병원 이윤석 교수, 세브란스병원 민병소 교수, 서울아산병원 윤용식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오흥권 교수, 화순전남대병원 김창현 교수, 의정부성모병원 이재임 교수 등 국내 7개 대형 병원의 연구진이 공동 참여했다.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의 목적으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에 걸쳐 진행됐으며 다기관 후향적 비교 연구로 대규모의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아티센셜, 복강경 수술의 새로운 기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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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의 움직을 100% 구현해 낸 아티센셜 집게 부분의 움직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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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수술은 개복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 또는 로봇 수술로 진행된다. 복강경은 환자의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회복이 빠르고 합병증 발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 복강경 기구로는 좁고 깊은 골반 부위나 정밀한 림프절 절제술을 수행하기 어려웠다. 반면에 로봇은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
이에 국내 의료기기 전문 기업 리브스메드는 기존 복강경 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의 손목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다관절 복강경 수술 기구 아티센셜을 개발했다. 아티센셜은 360도 회전할 수 있어 로봇 수술 수준의 정밀한 조작이 가능하면서도 기존 복강경 시스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연구진은 아티센셜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과 기존 강직형 기구를 이용한 복강경 수술을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다. 그 결과 아티센셜을 사용한 환자 그룹은 단 한 명도 개복수술로 전환되지 않았다. 반면 기존 복강경 수술에서는 1.0%의 개복 전환율이 있었다.
또 아티센셜 그룹(9.5%)에서 기존 복강경 그룹(12.8%)보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이 낮았다. 아티센셜을 사용한 수술의 평균 소요 시간은 161분, 기존 방식은 152분으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연구진은 둘 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라고 발표했다. 또한 19.5개월 동안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암의 재발 가능성(질병 무병 생존율)에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 교수는 “아티센셜은 기존 복강경 수술과 비교해 동등한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특정한 상황에서는 더욱 정교한 수술이 가능했다”라며 “특히 골반이 좁은 직장암 환자나 비만 환자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복강경과 로봇 수술의 틈 좁히고 의료비 완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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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스메드가 곧 출시할 프리미엄 제품인 혈관 봉합기 아티실(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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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복강경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고가의 비용과 시스템 구축의 어려움으로 모든 병원에서 도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아티센셜은 기존 복강경 장비와 완벽하게 호환되면서도 로봇 수술과 유사한 정밀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로봇 수술을 적용하기 어려운 병원에서도 아티센셜로 로봇 수술 수준의 고난도 수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허 교수는 “현재 출시돼 사용되고 있는 아티센셜이 로봇 수술을 완전히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간의 차이를 좁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연구진은 아티센셜이 대장암 수술에서 기존 복강경 수술과 동등하거나 일부 나은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다만 연구진은 장기적인 효과와 생존율 개선 여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고난도 수술 중 하나인 직장암 수술에서 로봇 수술과 아티센셜 수술의 결과를 비교하는 연구도 동시에 진행했다. 해당 연구는 발표를 준비 중이다. 아티센셜과 로봇을 직접 비교한 세계 최초 다기관 전향적 연구로 그 결과에 대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정욱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 발표로 리브스메드의 순수 국산 기술이 복강경 수술의 새로운 표준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구는 ‘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에 작년 12월 게재됐다.
미니 로봇 ‘아티센셜’ |
아티센셜은 수술을 위해 인체 내부로 삽입되는 집게(End-Tool) 부분이 다관절로 돼 있는 복강경 수술 기구다. 수술자가 관절 구조를 직관적으로 조종할 수 있게 핸드헬드형(한 손으로 조작이 가능한 형태)으로 만들어졌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 기구는 집게 부분이 일자형으로 돼 있어 관절 동작이 불가능했다. 그에 비해 아티센셜은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니 로봇으로 불리며 기존 복강경 수술 기구의 한계를 뛰어넘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티센셜 수술은 상하좌우 모든 방향으로 꺾일 수 있는 관절과 의사의 손동작을 똑같이 구현해 내는 집게의 섬세한 움직임을 통해 정교하고 안정적인 수술이 가능하다. 아티센셜은 국내 출시 후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됐으며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전 세계 60개 국가의 주요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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