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
최근 부상한 ‘반강성고정술’ 개발자
관련 의료기기까지 직접 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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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은 30여 년간 척추 비수술부터 수술까지 ‘척추 토털 케어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서울 광혜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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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은 지난 30여 년간 척추 비수술부터 수술까지 ‘척추 토털 케어 시스템’을 구축해 온 주인공이다. 그는 이미 척추 시술과 척추 수술 분야에 대해 많은 한·미·일 특허를 보유한 ‘특허 부자’이자 누적 척추 수술 1만 건과 비수술 3만 건을 동시에 기록한 척추 명의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성과만 본다면 그의 삶이 탄탄대로였을 것 같지만 실제 그의 인생 역정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지난날의 고난과 영광,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서울 광혜병원 개원 전까지의 삶은….
“부친이 지역에서 수술 솜씨가 뛰어난 명의로 유명했던 터라 전국에서 환자가 방문할 정도여서 어린 시절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거의 없었다. 8형제 중 일곱 번째인 내가 부친의 외과적 재능을 물려받아 의사라는 꿈을 꾸게 됐다. 하지만 부친이 국회의원 출마를 결정한 후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중고등학교 시절은 물론 의대 과정도 누님들의 도움으로 힘겹게 마칠 수 있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를 취득한 뒤 지방에서 봉직의 생활을 하다가 30여 년 전 어렵게 주변의 자금 지원과 대출을 받아 서울에서 병원을 개원하게 됐다.”
―개원 초기의 삶은….
“일본, 독일, 미국 등의 해외 연수를 통해 익힌 선진 척추 수술 기법이 큰 도움이 됐다. 당시 대학병원 중심이었던 척추 수술이 로컬 병원에서도 활발히 시도되던 시기에 뛰어들어 비교적 순탄한 출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해외 수입 제품과 기술에 의존하다 보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생겨도 반영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새로운 기술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관심이 많았고 급한 성격도 한몫해서 곧바로 수술 방법과 관련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척추 의료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중소 벤처기업을 창업하기까지 이르렀다.”
―의료기기 벤처기업 창업 후의 상황은….
“병원 진료와 치료는 물론 의료기기 벤처회사 운영까지 병행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20여 년 전 척추 후방에 바이오플렉스(니티놀 스프링 로드와 2개의 홈을 지닌 스크루로 구성)라는 추간체고정재와 척추 전방에 원형의 긴 나선형 케이지라는 추간체유합보형재를 함께 삽입하는 반강성고정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독특한 소재의 스프링 로드를 제조하기 위해 온갖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여러 전문가의 도움 덕분에 제조 장치까지 특허등록하며 성공할 수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개념이었기에 장기간 추적 연구가 없었고 워낙 혁신적이라 비판도 많았다. 최근 SCIE 논문에 반강성고정술을 장기 추적한 치료 효과가 정식 출간되면서 20년 만에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과정을 버텨내느라 ‘돈키호테’ ‘불도저’라는 별명도 얻었다.”
―척추 비수술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수술을 거의 포기하기 몇 해 전이었다. 진료실 근처 치료실에서 통증 의료진이 척추 협착과 유착이 심한 환자에게 꼬리뼈로 넣은 카테터를 추간공 밖으로까지 통과시키려 애쓰고 있었는데 우연히 내가 기구 하나로 쉽게 공간을 열어준 일이 있었다. 마침 같은 시기 추간공 주변의 인대 구조와 역할에 대한 문헌을 접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이러한 사건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추간공확장술이 탄생하게 됐다. 개발 초창기에 국내에는 보급이 쉽지 않아 중국에 뛰어들어 전 지역을 다녔지만 정치·사회·문화적 여건 차이로 철수해야 했다. 이후 국내에 집중하면서 추간공확장술이 널리 알려지고 국내외 의료진이 참관하게 되면서 서울 광혜병원이 제2의 전성기를 맞는 전환점이 됐다.”
―최근의 성과가 있다면….
“몇 해 전부터 준비해온 추간공확장술과 반강성고정술에 대해 한층 진보된 연구 성과를 얻었다. 추간공확장술은 특수 키트를 목표 지점에 더 정확히 접근시키기 위해 직진성, 방향성, 조향성을 높여 시술 완결도와 속도를 개선하는 방법을 찾았다. 일부 기구의 구조를 변경하고 트로카의 핸들을 추가했는데 국내 특허등록을 올해 초 마쳤고 일본·미국 순으로 특허등록될 예정이다. 국내 식약처에도 조만간 관련 제품에 대한 추가 등록을 앞두고 있다. 반강성고정술은 니티놀 스프링 로드를 2개의 홈이 있는 스크루 헤드에 모듈 형태로 미리 결합한 뒤 이미 삽입된 앵커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더 편리하게 하는 모듈형 바이오플렉스를 개발했다. 지난해 말 국내 특허등록했고 일본·미국에도 특허등록될 예정이다. 이 두 가지 모두 확보한 지식재산권을 토대로 국내외 판매 허가와 함께 관련 기술 전파와 제품 판매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지금까지 개발해 온 수술 기법과 제품을 더 널리 보급하고 이를 다른 질환에도 파생 적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립하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 빠르게 발전 중인 AI(인공지능) 기반 딥러닝 시스템과 접목한 척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구축해 시술이나 수술을 더욱 안전하고 빠르게 진행하고 진입 장벽을 낮출 생각이다. 이후에는 고관절, 무릎, 어깨 같은 다른 관절에도 해당 기술을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C-arm(투시 촬영장치)의 전후방 촬영만으로도 전후방은 물론 측방의 영상을 생성하고 척추 구조의 시각적 구획화를 AI로 구현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C-arm 방사선 노출 시간과 수술(시술)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안전성이 극대화될 것이다. 동시에 진입 장벽도 낮아져 기구는 물론 영상 장비와 관련한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획기적인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앞으로의 여정이 지금까지보다 더 험난할 수도 있지만 응원해 주신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무소의 뿔처럼 걸어갈 생각이다.”
박지혜 기자 wisdom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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