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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수)

종전 협상 배제된 젤렌스키 “우크라, 제2 아프간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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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사우디서 종전 고위급 회담

美, 우크라 희귀자원 확보 기회 삼아… 러는 영토 반환불가 조건 내세워

우크라, 협상 불참에 강한 반발… 크렘린궁 “푸틴, 젤렌스키 만날수도”

동아일보

사우디서 美-러 종전협상 스티브 윗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 특사,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 모사드 빈 무함마드 알 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왼쪽부터)이 18일(현지 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디리야 궁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리야드=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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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첫 고위급 협상에 나섰다. 양측은 이견이 커 구체적인 종전 방식과 정상회담 일정 등은 합의하지 못했지만, 협상은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다만 전쟁 당사자이며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토가 유린당한 우크라이나는 사면초가 상태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협상을 시작했고, 러시아는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돌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우크라이나의 절박한 상황을 희토류 등 희귀 자원의 확보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미국의 경제적 압박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 우크라, ‘러 군사위협’과 ‘美 경제압박’ 사이에

텔레그래프가 17일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기금’ 협정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항만, 인프라, 석유·가스 등 국가 자원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협정 초안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자원 채굴을 통해 번 돈의 50%를 갖는 것을 요구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줄곧 우크라이나를 지원했으니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며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요구한 것이다. 2023년 세계은행 기준 우크라이나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1788억 달러(약 260조 원)의 약 2.8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우크라이나 경제를 영구적으로 지배하길 원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반대, 점령한 영토에 대한 반환 불가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사항들을 종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회담을 전후로 무인기(드론) 공격도 주고받았다.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17일 밤 최소 176대의 공격 드론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드론이 18일 남부 크로포트킨스카야 등의 원유 수송 시설을 공격했다고 맞섰다.

● 젤렌스키 “우크라, ‘아프간 2.0’ 될 것”

동아일보

젤렌스키는 튀르키예 찾아 지지 호소 이날 협상에서 배제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은 같은 날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앙카라=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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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전쟁 당사자인 자신들을 협상에서 배제시키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독일 공영 ARD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같은 서방의 안전 보장 없이 러시아와 휴전하면 “우크라이나는 ‘아프가니스탄 2.0’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21년 8월 미군 철수 뒤 총체적 혼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처럼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협상에서 배제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미국은 종전 협상이 러시아만 참여하는 협상으로 흐르진 않을 것이란 점도 밝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분쟁을 끝내기 위한 해결책에 동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종전안은 우크라이나, 유럽, 러시아가 모두 수용 가능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BBC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18일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할 수 있다”라면서도 “젤렌스키의 합법성이 의심받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합의를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5년 임기가 만료된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치르지 않아 정당한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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