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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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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노상원 수첩에 “선거권-선거구 조정”… 계엄후 선거제도까지 바꾸려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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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심판]

“국회의원 봉사직 전환, 특혜 폐지”… 입법부 사실상 무력화 계획한듯

정치인 체포 등 ‘수거-수집’ 거론… “실미도 이동후 폭파” 메모도 담겨

동아일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4.12.24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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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의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계엄 이후 선거 제도를 바꾸려 했던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들이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확보해 검찰에 넘긴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엔 ‘선거구 조정’, ‘선거권 조정’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계엄과 함께 헌법이 보장한 현재의 선거 관련 시스템을 조정하려는 구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단어들이다.

국회의원 제도 변화와 관련된 내용도 등장한다. 구체적으로는 ‘국회의원 숫자: 1/2(2분의 1)’, ‘국회의원 봉사직으로 전환’, ‘특혜 폐지’ 등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법조계에선 선거 제도뿐만 아니라 입법부 전반에 대한 변화를 노 전 사령관이 염두에 뒀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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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에는 ‘중국, 러시아 선거 제도 연구’, ‘헌법 개정(3선)’ 등 문구도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과 달리 사실상 각각 중국공산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독재 혹은 장기 집권 체제로 분류된다. 계엄을 통해 입법부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늘리는 방식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첩에는 헌법을 개정한 뒤 ‘국가안전관리법’ 등을 제정한다는 취지의 계획도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행사’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수첩 곳곳에는 ‘행사 병력 전투 지원’, ‘행사 준비 점검’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D-1 미국 협조’라는 부분은 계엄 실행 하루 전에 미리 미국의 협조를 구한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은 윤 대통령의 계엄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내용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거 및 수집’이라는 단어도 적혀 있어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려 한 정황도 담겨 있었다. ‘행사 병력 전투 지원’이라는 문구와 함께 ‘대민 피해 X’, ‘시내 군복 입고 X 사복 착용(식사, 휴가 등)’ 등의 메모도 있었다. 계엄에 동원되는 병력에 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노 전 사령관이 구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와 함께 ‘실미도 하차 후 이동 간 적정한 곳에서 폭파하도록 한다’는 메모도 있었다.

검찰은 앞서 노 전 사령관을 기소하며 공소 사실에서 수첩 내용을 제외했다. 검찰은 수첩에 적힌 문구들이 노 전 사령관의 평소 생각을 쓴 것인지, 실제 계엄을 준비한 정황인지 불분명해 신빙성 여부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첩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필적 감정에서 ‘감정 불가’ 판정을 받은 상태다. 작성자가 노 전 사령관인지, 제3자인지 알 수 없다는 취지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저희는 (수첩 내용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 측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충실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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