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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수)

“까마귀 하나, 상해 거쳐 북경 간다” 中 요원에 기밀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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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요원 신상 유출범, 판결문 보니

“까마귀 하나 새로 갔습니다. 12월 말쯤 상해로 들어갔다가 조금 있다가 북경으로 갈 겁니다. 예전에 저한테 사진 보여주신 분 있잖아요. 수염 많이 났던 거. 그 사람.”

지난해 국군 정보사령부 블랙요원 인적 사항 등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보사 전 공작팀장 A씨(군무원)가 중국 정보기관 요원에게 전달한 정보사 블랙요원 관련 정보 내용이다. 최근 1심 재판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A씨는 정보사 예하 부대 작전 계획, 정보사 처·실 및 예하 부대 부대장, 부대원 직책별 임무, 공작원들의 위장 회사명, 재북(在北) 협력자 현황 등을 중국 요원에게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기밀 유출 정도가 심각했다.

A씨 군사재판 1심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1월 정보사령부 공작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온라인 게임 ‘럭키 마작’ 음성 메시지로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인사에게 베이징에 파견된 한국군 정보사 블랙 요원 신상 정보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그해 8월에는 베트남에 파견된 정보사 요원들의 이름·계급·소속 부대·활동 지역 등도 유출했다.

A씨는 작년 4월에는 정보사 S급·B급 공작망 12명 인적 사항과 첩보 수집 목표, 재북 협력자 현황, 정보사의 가장 회사, 창설 예정 공작팀 관련 편제·업무 등 정보를 빼돌려 PDF 파일로 만든 뒤 중국 측 요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A씨가 유출한 기밀은 문서 12건, 음성 메시지 18건 등 총 3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정보 유출 사실을 파악한 정보사는 지난해 공작원들을 일시 귀국시키면서 정보망에 타격을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심 법원은 “A씨가 탐지·수집하고 누설한 군사 기밀들은 대한민국 영토 내 대규모 도발 등 위기 상황 발생 시 특정 (부대) 이동 등 방어 준비 태세 단계별 조치 사항과 한반도 주변국의 안보 정세 및 전시 첩보 수집을 위한 임무 수행 방법 등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제3국 정보기관의 역공작으로 인해 국가 안보에 큰 위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인간 정보 내용이 담긴 기밀”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정보의 출처와 수집 방법 및 정보에 대한 정보사의 평가를 담고 있어 누설될 경우 주변국과의 군사·외교·경제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는 내용으로 외부에 유출될 시 국가 안전 보장에 상당한 위협과 위해를 초래하여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할 수 있는 기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군사법원 1심 재판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12억원을 선고받았다. 군사법원은 A씨가 군사 기밀을 넘기고 받은 1억6205만원에 대해서는 전액 추징을 선고했다.

☞블랙요원

국가정보원이나 정보사령부 소속 공무원으로 외국에 파견되는 화이트 요원과 달리 신분을 위장해 해외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요원을 말한다. 주로 사업가 등으로 위장해 주재국 정보원을 포섭·매수·회유해 인적 정보를 수집한다. 경우에 따라 정보원에게 역정보를 흘리기도 하는데, 적성국에 유리한 한국 기밀을 유출하면 이중 스파이 혐의를 받는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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