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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사설] 세수 메꾼 직장인 ‘유리지갑’...전면적 세제개편 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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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1일 국회에서 열린 조세특례제한법·법인세법·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수민(왼쪽) 위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태호 위원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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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세 수입이 지난해 61조 원을 돌파했다. 2014년 25조4,000억 원이던 것이 10년 새 2.4배 증가했다. 상용 근로자 1,635만3,000명이 낸 세금이다. 전체 국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8.2%에서 18.1%로 늘어 역대 최대 수준이다. 반면 법인세 수입은 62조5,000억 원으로 10년간 1.5배 느는 데 그쳤다. 국세 수입 대비 비율은 갈수록 줄어 지난해 18.6%로 2005년 이래 가장 적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근로소득세 수입이 법인세 수입을 넘어설 전망이다.

경기 침체를 그 원인으로 삼기엔 소득세·법인세 세입 증감이 엇갈리는 상황은 설명이 안 된다. 근로소득세 수입은 지난해 1조9,000억 원(3.2%) 늘어나는 등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세율 1%포인트 일괄 인하까지 한 법인세는 지난해 전년보다 17조9,000억 원 급감했다. 세율 인하에 더해 대기업 중심의 비과세·감면 확대 정책을 지속한 결과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법인세 수입은 40조 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2년간 세수 결손이 87조2,000억 원으로 전망되는 걸 감안하면 나라 곳간의 빈 자리 대부분을 소득세로 채웠다는 계산이 나온다. 근로소득세가 국가 재정운용에 효자 노릇을 했다지만, 원천징수 로 ‘유리지갑’에서 꼬박꼬박 세금을 떼이는 직장인 사이에서 “세수 펑크 속 직장인만 봉”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교과서적인 비과세·감면 확대로 세입 기반 확충이 어려워진 현실은 더 뼈아프다. 올해 국세 수입 총액에 국세 감면액을 합한 금액 대비 국세 감면액 비율은 역대 최고인 15.9%에 이를 전망이지만,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낙수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안정적 세수 기반 없인 성장도 복지도 불가능한데, 그렇다고 경기 하강 국면에서 무턱대고 법인세를 인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 미국발 관세 전쟁 등 대한민국은 내우외환에 직면했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땜질식 처방으로 버틸 상황이 아니다. 전면적 세제 개편 논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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