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드라마 시장 바꿀 새로운 바람
"늦게 시작했지만 글로벌 트렌드 주도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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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중국, 미국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숏폼 드라마가 국내에서도 영향력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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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때 당연하게 여겨졌던 주말드라마는 50부작, 평일드라마는 16부작이라는 공식은 점점 줄어들고 대신 12부작 8부작 심지어 6부작으로 압축된 작품들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OTT 플랫폼이 확산하면서 몰아보기에 최적화된 짧은 시즌이 선호되는가 하면 세계적으로는 회당 2분 내외의 숏폼 드라마가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며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서도 감지되는 중이다. <더팩트>는 K드라마가 직면한 변화의 흐름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길고 촘촘한 서사를 선호하던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숏폼 드라마'는 더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최근 들어 비글루, 펄스픽, 숏차 등 숏폼 드라마 전문 플랫폼이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숏폼 콘텐츠의 인기가 점점 높아져 감에 따라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튜디오와 제작사도 생기고 있다. 영화를 전공 한 후 광고 대행사에서 근무하던 이동훈 PD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제작사 '스튜디오눈눈'을 설립했다. 이후 이동훈 PD는 '퍼펙트러브' '신부전쟁' '20살 딸이 생겼습니다' 등 다양한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이동훈 PD가 처음 숏폼 드라마를 접한 것은 2023년, 국내에서 아직 숏폼 드라마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때였다. 당시 중국 제작사와 협업해 작품 연출을 맡게 됐고 이 경험이 계기가 돼 숏폼 드라마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국내에서도 숏폼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됐고 현재는 국내 플랫폼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숏폼 드라마는 보통 한 회당 2분에서 3분, 총 50부작 이상으로 구성되며 빠른 전개와 강한 몰입감이 요구된다. 짧은 시간 내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이 PD는 '후킹 포인트'에 집중했다. 그는 <더팩트>에 "촬영 형식도 기존 웹드라마와 다르게 세로 화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간적인 요소보다 배우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제작비 절감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배우들에게는 빠른 촬영 일정 속에서 감정을 잡고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도전 과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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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건 각 회차에 있는 '후킹 포인트'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하는지다. /스튜디오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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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숏폼 드라마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플랫폼이 성장하고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유료 결제 모델을 적용하는 플랫폼들이 증가하며 수익 구조가 점차 정착되는 중이다. 이 PD는 "주로 50부작 위주로 제작되는데 촬영 기간은 5일에서 6일 정도 소요된다. 수익 구조 특성상 단기적으로 진행을 하고 제작비도 최소화하는 만큼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가장 중요 포인트"라며 "아직은 수익 모델이 확립되지 않았으나 메타 콘텐츠가 등장하면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PD는 숏폼 드라마의 특성상 자극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콘텐츠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그는 "현재는 치정극이나 강한 후킹 요소가 많은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치정극으로 시장을 형성했지만 이후 하이틴 장르도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시장이 성장하면 보다 다양한 장르의 숏폼 드라마가 제작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PD는 이렇듯 국내에도 숏폼 드라마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를 바랐다. 그는 "우리나라 콘텐츠의 질은 우수하기 때문에 숏폼 드라마도 퀄리티 있는 게 많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현재 그는 '의치한 스캔들'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이 드라마에는 실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로 근무 중인 분들이 나와 기존의 프레임을 벗어난 신선한 스토리를 담을 예정이다.
이 PD는 "숏폼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다. 그다음이 배우"라며 "우리나라는 OTT를 비롯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 많기 때문에 숏폼 드라마만의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회 몰입도를 높이는 연출을 통해 숏폼 드라마가 하나의 확고한 장르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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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드라마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형성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튜디오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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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SBS 미디어넷에서 예능을 주로 맡았던 김용규 PD 역시 숏폼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쇼'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비글루를 통해 공개된 '설레면 지는 거다'를 제작했다. 그는 <더팩트>에 "우연히 비글루라는 플랫폼에 준비했던 시놉시스가 채택돼 연출을 맡았다. 작품과 연출자는 서로 영혼의 끌림, 운명적 연결 고리가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 PD 또한 숏폼 드라마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체감하고 있었다. 그는 "전 회차를 연이어 몰아보는 시청 방식이 요즘 트렌드인 시대에 맞게 최적화된 드라마인 것 같다. 배우들에게는 오롯이 자신의 연기를 보게 만드는 몰입도 높은 세로형 드라마가 장점이 될 수 있다"며 "다양한 장르의 작가와 웹소설 작가 등 신인 스토리 창작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또한 긴 호흡의 드라마나 영화에 인큐베이터 역할도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숏폼 드라마는 웹툰 시스템과 비슷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결제까지 이어져야 한다. 무료 회차를 지나 유료 회차가 되면 2, 3개의 에피소드를 넘어서 볼 수가 없다"며 "매회 에피소드를 단계 단계 넘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눈높이가 높은 한국 사용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니 연출자로서 힘들다. 그래서 더 재밌는 게임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이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김용규 PD의 설명이다. 그는 "대중들은 항상 새로운 걸 원한다. 예전에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TV나 극장이었는데 현재는 스마트폰이다. 짧은 시간에 재밌는 콘텐츠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숏폼에 익숙해진 거다. 숏폼 드라마도 이런 패턴이다"라고 짚었다.
김 PD는 이러한 숏폼 드라마가 앞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리나라만 너무 늦게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국내에도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중국이 주도하는 이 시장이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 독점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늦게 시작했지만 여러 환경들이 만들어진다면 지금까지의 글로벌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능력으로 충분히 이 분야도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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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선우가 숏폼 드라마 '쏘니의 경쟁'(왼쪽) '그놈이 돌아왔다' 등에 출연했다. /㈜지피브이씨, 펄스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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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선우 또한 이러한 숏폼 드라마의 매력을 느껴서 최근 '쏘니의 경쟁' '최애의 사수가 되었다'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다. 그는 <더팩트>에 "소재와 내용이 다양해서 흥미롭게 느껴졌다. 평소 상상해 보지 못했던 느낌의 내용들이어서 경험해 보고 싶었다"고 작품 출연 계기를 밝혔다.
하지만 숏폼 드라마인 만큼 어려운 점도 있었다. 그는 "편당 러닝타임이 기존 드라마보다 짧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집중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호흡이 빠른 만큼 대본에 있는 작은 감정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려 노력했다. 감독님 및 스태프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평소보다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숏폼 드라마에 참여하면서 확실히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들을 경험하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앞으로 더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에 많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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