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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화)

"첫 만남 긍정적, 타협은 일러"…미러 종전회담, 270분만에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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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전쟁종식' 고위급 팀 구성…경제·투자 협력 논의
트럼프-푸틴 회담 논의 "다음주 개최는 어려워"
러시아, 우크라·조지아 나토 가입 "2008년 약속 폐기해야"…새 조건 제시

머니투데이

미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디리야궁에서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첫 고위급 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국 측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앙에 사우디 측 파이살 빈 파르한 외무장관과 모사드 빈 무함마드 알 아이반 국가안보보좌관, 오른쪽에 러시아 측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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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의 첫 고위급 회담이 4시간30분만에 종료됐다. 참석자들은 회담이 "긍정적"이었지만 타협을 얘기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양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미러 정상회담 조건도 논의했지만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는 "다음 주 개최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리야드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한 번의 통화와 한 번의 회의만으로는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양국이 "미러 관계의 '걸림돌(irritants)'을 해결하고 전쟁 종식을 위한 길의 모색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회담 후 "가능한 한 빨리 전쟁 종식 노력을 시작하기 위한 고위급 팀을 임명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하는 상호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경제·투자 기회에 향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고문은 러시아 타스 통신에 "미국과의 4시간 30분간 첫 회담은 잘 마무리됐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회담 조건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상회담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다음주 개최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표단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회장도 "타협을 얘기하긴 너무 이르다"며 "양측은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고, 서로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양국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미래 경제 협력에 대해 별도의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첫 회담이 긍정적인 분위기로 마무리된 만큼, 양측의 구성을 합의한 실무팀을 중심으로 세부 협상 조건의 조율과 추가 회담의 날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조지아도 나토 불가…우크라, 1990년으로 돌아가야"

회담이 진행 중인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조지아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환영한 '2008년 부쿠레슈티 약속'의 완전 폐기를 새 조건으로 제시해 협상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불가능하다"며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했는데, 이보다 더 높은 수위의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종전 해법에 관해 "나토의 우크라이나 가입 거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2008년 '부쿠레슈티 약속'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헝가리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의사를 환영하고 "이들 국가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것"에 동의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또 "우크라이나가 1990년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소련으로부터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알린 문서에 '우크라이나는 중립국'이란 문구가 있다는 기존 러시아 정부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할 일은 자국 국가의 기원으로 돌아가 독립 문서의 정신을 따르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며, 나토 가입이나 '평화유지군으로 위장한' 서방의 개입은 우크라이나에 안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나토 가입 불가, 아프가니스탄 2.0"

전쟁 당사국임에도 협상에서 배제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독일ARD방송 인터뷰에서 미러 협상의 '나토 가입 배제안'에 대해 "그걸 그냥 협상 테이블에 올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미국은)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빠르게 철수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경험했다"면서 "아무도 아프가니스탄 2.0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토 가입 없이 휴전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가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할 수 있는 건 양국 관계에 관한 일뿐"이라며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삶을 협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도 이번 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EU(유럽연합) 행정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특사인 키스 켈로그와의 회담 직후 X 게시글에서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고 싶다"고 적었다.

그는 또 "재정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유럽은 그 누구보다 많은 것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도 성명을 통해 켈로그 특사에게 "유럽의 국방 지출 확대,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군사 역량 강화를 위한 계획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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