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순 중앙대 이사장
엔지니어에게 미래 달렸는데
정치권에서 일 못하게 막아
엔지니어에게 미래 달렸는데
정치권에서 일 못하게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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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순 중앙대 이사장이 17일 열린 IR52 장영실상 아너스클럽 세미나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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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미래는 엔지니어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정치권이 엔지니어가 일을 못 하게 하나요.”
이현순 중앙대 이사장은 지난 17일 열린 IR52 장영실상 아너스클럽 특별강연에서 자신의 개발 경험에 빗대어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R&D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무조건적인 주 52시간 근무제를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한국 엔진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1991년 현대자동차에서 한국 최초의 자체 개발 엔진인 알파엔진을 설계했다. 이어 베타엔진, 감마엔진 등 한국 자동차 엔진 대부분을 설계해 현대자동차 부회장까지 올랐고, 한국 공학계의 원로로 꼽힌다.
미국에서 비행기 엔진을 전공하고 GM에서 일하던 이 이사장을 한국으로 부른 건 고 정주영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국산 엔진을 설계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이 이사장을 스카우트한 뒤 개발 전권을 줬다. 그전까지 현대차는 미쓰비시에 비싼 로열티를 주고 구세대 엔진 기술을 수입하고 있었다.
당시 현대차 성적은 초라했다. 세계 자동차 회사 27개 중 23등이었다. 자체 엔진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에 사내 반대도 거셌다. “망상이다, 사기꾼이다”라는 말을 질리도록 들었다는 이 이사장은 해임 위기까지 처했으나,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R&D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개발에 매진한 지 5년 반 만인 1991년 그는 알파엔진을 개발했다. 최초의 국산 엔진은 물론, 전륜 구동에 자동변속기까지 탑재한 당시 최고 수준의 기술이었다. 이 이사장은 “지금도 자동변속기를 설계하는 회사는 10개가 안 된다”며 “알파엔진 덕에 현대차가 돈을 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글로벌 판매량 세계 3위, ‘세계 올해의 차’를 석권하는 현대자동차의 위상이 이 이사장의 노력에서 시작된 셈이다.
이 이사장은 1994년부터 수소자동차 개발에 착수했다. 첫 국산 엔진을 만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를 고민한 것이다. 그는 “무려 30년 앞을 내다본 프로젝트였다. R&D 리더십에는 이러한 미래 통찰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혁신해야 할 시기에 작은 개선에만 안주하면 혁신적인 제품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기업과 나라의 미래는 R&D 엔지니어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한 공격적 도전, 높은 목표의 끊임없는 설정, 미래의 통찰력, 이 3대 정신으로 무장된 엔지니어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엔지니어가 주 52시간 근무제의 제약을 받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오늘날 R&D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엔지니어가 아니라 정치권 탓”이라며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엔지니어가 일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열심히 일하고 보상을 정확히 하는 체제로 가지 않으면 국가 발전은 없다”고 단언하며 “엔지니어가 떳떳하게 일하도록 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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