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특사단, 전반적 회복문제 논의
美, 北과 무기거래 중단 요구 가능성
젤렌스키도 사우디行… 회담 불투명
美특사 “우크라에 협정 강요 안 해”… 러선 “3자 회담은 없다”
우크라 뺀 미·러 종전회담
美특사 ‘북·러 관계 깨기’도 강조
북한군 철수 협상조건 걸 가능성
러선 경제 제재 해제 요구할 듯
젤렌스키 “미·러 우리삶 협상 불가”
사우디 외무장관 배석 ‘역할’ 시사
루비오·빈살만도 가자 휴전 등 논의
英언론 “美, 우크라 재건 협정서
지원대가로 720조원 갚으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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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마주 앉은 미·러 18일(현지시간) 오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3년 가까이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놓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미국측 대표단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러시아측 대표단 등이 협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루비오 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디 외무장관, 무사이드 빈 무함마드 알 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유리 우샤코프 크레믈궁 외교담당 보좌관, 라브로프 장관. 리야드=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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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러 양국은 전쟁의 주요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참여를 일단 배제한 채 이날 리야드에서 장관급 협상을 개시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러시아 대표단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유리 우샤코프 크레믈궁 외교담당보좌관,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회장 등으로 구성됐다.
양국은 미·러 정상회담 일정을 비롯한 양자관계의 전반적 회복 문제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의제로 논의했다. 키스 켈로그 미국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위한 유럽 순방 중 이날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러시아의 북한, 이란, 중국과의 관계를 깨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강조하며 “(협상에서) ‘글로벌 현안’이 거론된다고 해도 나는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에서 미국이 러시아 측에 파병 북한군의 완전한 철수, 북·러 무기 거래 중단 등을 협상 조건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선거 승리 뒤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복잡해졌다는 인식을 보인 바 있다.
러시아는 이번 협상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3년간 서방이 자국에 부과한 경제 제재가 해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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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예프 회장은 이날 국영방송에서 “몇 가지 제안을 갖고 있다”며 “향후 2∼3개월 내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이미 여러 대형 도전을 매우 신속히, 매우 효율적으로, 매우 성공적으로 해결한 문제 해결사들”이라고 호평한 뒤 “북극과 다른 사업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첫 양자 회담에 앞서 ‘탐색전’의 의미를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과 동행한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리야드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평화를 위한 대화에 진지하게 임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단계”라고 말했다. 우샤코프 보좌관도 전날 “미국과 관계의 실질적 정상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협상 시간표는 4월 중순 이전 휴전 확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당국자들에게 부활절(4월 20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휴전을 확보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협상장에는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이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가까운 사이로, 사우디가 이번 종전 협상에서 중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러 협의에 앞서 루비오 장관은 17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났다. 브루스 대변인은 “루비오 국무장관과 빈 살만 왕세자는 가자지구에서의 휴전 이행,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모든 인질, 특히 미국 시민을 석방할 것을 보장하기로 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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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EPA·타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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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종전 협상 시작을 당사자 없이 하면서도 배제가 아니라고 하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독일 ARD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선을 그은 채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 나서겠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그걸 그냥 협상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된다. 나는 아무도 아프가니스탄 2.0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몹시 빠르게 철수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경험했다”며 서방에 아프가니스탄 철군 같은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동 순방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다음날인 19일 사우디를 찾을 계획이다. 현지에서 미국이나 러시아 대표단과의 만남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켈로그 특사는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정을 강요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이 여전히 논의 대상(on the table)”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수복 포기 등 이미 미국이 협상 내용을 정해놨다는 의심이 꾸준히 제기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는 유럽 국가들이 종전 협상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선 “모든 사람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합리적이거나 실행 가능하지 않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회담이 미·러 간 양자 협의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우샤코프 크레믈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리야드에 도착해 “이건 순전히 양자 협의다. 리야드에서 3자 간 회담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리아노보스티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제시한 ‘재건투자기금‘ 협정 초안을 입수해 살펴본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지금까지 미국으로부터 받은 지원의 대가로 5000억달러(약 720조원)를 갚으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초안의 요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으로 봤을 때 1차 세계대전 이후 베르사유조약에서 독일에 부과된 전후 배상금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법적으로 영원히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경제적 식민지로 삼는 것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작성 날짜가 2월7일인 이 초안에는 미국이 지분 50%를 요구한 희토류를 비롯한 광물 자원뿐 아니라 석유·가스 자원과 항만 등 인프라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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