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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목)

'美 관세 폭격' 일단 재정 투입해 수출전선 사수…'협상'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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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부처 합동 비상수출 대책 발표…366조 무역금융 공급 등

작년 대책 답습 수준…"불확실성 지속…기업 불안감 해소 먼저"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 대회인 '데이토나 500'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5.02.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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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정현 전민 기자 =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관세 폭격'에 우리 수출 전선 사수를 위한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을 내놨다.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한 여러 대책이 담겼지만, 기발표한 수출지원 대책(2024.7)과 비교해 진일보한 내용을 발견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핵심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트럼프의 관세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력 협상에 임하는 한편, 불확실한 통상환경 속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투-트랙 대응을 이어간다.

정부, 美관세 리스크에 무역금융 366조 공급…무역보험 100조 지원

정부는 18일 정부세종종합청사에서 6차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의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을 발표했다. 크게 3가지 패키지로 구성한 이번 대책의 핵심은 '관세대응', '무역금융', '대체시장 진출'이다.

정부는 현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현시점을 우리 수출의 상승 모멘텀 유지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판단했다.

이번 비상대책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관세 피해가 예상되는 우리 기업에 대한 패키지 지원내용을 담았다. 대표적으로 관세대응 수출바우처를 도입하고, 무역보험 한도를 최대 2배로 확대한다. 올 상반기까지 피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단기수출보험료도 60% 할인해준다.

관세를 피해 국내로 복귀하는 'U-턴 기업'에 대한 특별지원책도 담았다. 무역금융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인 366조 원으로 늘리고, 이 중 100조 원은 중소‧중견기업에 공급한다.

또 환율변동에 따른 수출 기업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변동보험' 규모도 지난해(1조5000억 원)보다 두 배 늘린 3조 원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까지 보험 한도를 1.5배 더 확대하고, 보험료도 30% 할인하기로 했다.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무역협회 등 수출지원기관들의 해외거점을 신설‧기능도 강화한다. 코트라는 멕시코와 조지아에, 무역협회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에 해외거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에도 370조 원의 무역금융 공급 확대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90조 원 무역금융 공급, 수출보험료 50% 할인 등의 지원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비상수출 대책에는 '관세대응' 차원의 수출바우처 지원 정도만이 새로 추가된 것이다.

트럼프발 관세 폭격에 대한 정부 대응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관세와 관련한 미 행정부의 발표가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어떤 업종·산업에 언제, 어떻게 적용하겠다는 구체적인 언급은 극히 제한적이다. 현 단계에서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정책 지원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측면이 긴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비상수출대책은 우선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을 모아 신속하게 대응하는 쪽에 방향을 맞췄다"면서 "실제 관세 조치가 가시화하거나, 업종·산업별 영향이 구체화하면 그에 따른 필요한 대응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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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전경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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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미국과 '직접 협상'…"미국 의도 파악…선제적 대응 필요"

이번 수출대책은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한 단기 정책으로, 결국 수출전선에 짙게 드리운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직접 '담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런 현실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끊겼던 고위급 접촉에 다시 물꼬를 텄다.

통상당국 고위급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7일 박종원 통상차관보가 미국 워싱턴D.C로 향했다. 박 차관보는 이번 방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와 관련, 미국 측의 주된 관심 사항을 파악하고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에 대해 우리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가 이달 말 취임하는 대로 미국으로 가 고위급 협상을 진행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오는 4월 2일 예정된 미국의 국가별 맞춤형 상호 관세 부과 계획과 자동차 관세 부과 조치 발표 전까지는 직접 '협상'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취지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미국의 의도, 우려, 불만을 청취하고 우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대미 투자, 미국과의 협력 및 기여 내용을 설명해서 공감대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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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회 국무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2.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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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뼈아픈 '리더십 부재'…민관 총력 대응으로 '위기 극복'

세계 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상외교’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권한대행 체제인 우리나라는 사실상 협상 마비 상태다.

지난주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호를 다진 일본은 '상호 관세' 협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인도의 모디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미국산 무기·에너지 수입 등의 선물을 안기며 협력을 약속했다.

이보다 앞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관세 면제를 고려하겠다'는 답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일정 조율 중으로, 트럼프 취임 한 달이 다 되도록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상목 권한대행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국과 소통 문제에 대해 "대행 체제로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외교적 협상의 어려움을 인정하기도 했다.

'정상 외교'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한 민간에서의 고군분투는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민간 경제사절단을 꾸려 19~20일(현지시간) 이틀간 미국 워싱턴DC로 향한다. 이번 사절단에는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철강·조선·에너지·플랫폼 등 한미 경제협력 핵심 산업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다.

사절단은 첫 날인 19일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의회도서관의 토마스 제퍼슨 빌딩 그레이트홀에서 '한미 비즈니스 나이트' 갈라 디너를 연다. 이 자리에는 미국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내각 주요 인사 등 15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인 20일에는 미국 백악관 및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에 나선다. 최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경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모델을 제안하며 관세 예외 지정 필요성 등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는 "지난 주말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조태열 외교장관이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통화 일정'을 다시 상기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불확실한 관세 부과 조치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단순히 통화를 재촉하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무언가 명확해 지는 시점에 우리도 내놓을 수 있는 협상카드를 내밀고, 협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워낙 미국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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