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녹스에 금 진짜 있나”…머스크, ‘金 음모론’ 동참

정부효율부 수장 머스크, 포트녹스 감사 시사

1950년 전체 실사 이후로 두차례 부분 시찰에 그쳐

美로 금 이탈에 BOE 금괴 반출 4~5주 걸려…"금은 충분"

포트녹스 전경 (사진=미국 조폐국)

[이데일리 정다슬 김윤지 기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보유한 금 보유고에 대한 조사를 시사했다. 포트녹스에 금이 실제로 있느냐는 오래된 음모론에 다시금 불을 붙인 것이다.

그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포트녹스에서 금을 찾고 있다”면서 “포트녹스에서 금이 도난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누가 확인하고 있나. 있을지도 모르고, 없을지도 모른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포트 녹스에 있는)이 금은 미국인들의 재산으로, 아직 그곳에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포트 녹스는 미극 켄터키주 루이빌 남쪽에 위치한 육군 기지의 명칭이나 인근에 주변을 군 기지가 겹겹이 둘러싼 정부 보유 금괴 보유고가 있다. 미국 정부가 보유한 8100만톤(t·2억 6160만트로이온스)의 금 중 약 절반 가량인 4581t이 여기에 보관돼 있다. 이에 재무부가 운영하는 미국의 금 보유고를 칭하는 명칭으로도 사용된다.

포트녹스에 대한 접근은 엄격히 제한되고 연례 감사가 이뤄지지 않아 미국 사회에선 종종 금이 그곳에 실제하지 않는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포트녹스에 대한 마지막 전체 실사는 1950년이 마지막이다. 1974년 당시 폭트녹스 금 실종 소문이 돌면서 의회 대표단과 기자들에게 시설이 개방됐으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년 당시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이 켄터키 주지사, 의회 대표단과 함께 포트녹스를 찾아 금을 확인했다. 다만 앞서 두 차례의 검증은 금 전체의 보유량을 확인하는 포괄적 감사라기보다는 제한된 범위의 시찰에 가까웠다. 포트녹스에 대한 문서 검토는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DOGE의 수장인 머스크의 요구는 금 보관소를 열어 금괴 개수를 확인하고 무게와 순도를 평가해 이를 공식기록과 대조하는 실사를 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뜻을 함께 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머스크 CEO가 이끄는 DOGE가 포트 녹스를 감사해 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검증할 것을 촉구했다. 폴 의원은 “어떤 사람들은 포트녹스를 매번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햇살이 많을수록 좋고 투명성이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금은 여전히 가치가 있고 암묵적으로 금은 여전히 달러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온라인 금거래소 불리언볼트의 연구 책임자 에이드리언 애시는 뉴스위크에 수백 명 전문가들이 이 작업에 투입되면 미국 금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호사이자 투자은행가인 제임스 리카즈는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 금 보유량이 아닌 미국 정부가 얼마나 많은 금을 대출해주는지에 대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카즈는 이는 “실제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금을 은행 시스템에 주입하는 방법”이라며 “이는 소수의 전문가만이 이해하는 벌집같은 문제이고 정부는 분명히 인정하지 않고 싶어한다. DOGE가 벌집을 쑤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 보관소에 진짜 금이 있느냐는 문제 제기는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이 금을 맡기는 영란은행(BOE)의 지하금고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의문이 제기돼 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비해 금을 미국으로 반출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며 BOE에서 금을 꺼내는 데 4~5주라는 시간이 소요되면서 이같은 의심에 불을 붙였다. 다만 BOE의 경우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매월 금 보유량 통계를 공개하고 BOE에 금을 맡긴 각국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이 정기적으로 실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3년 BOE에 금 보관을 결정한 이후 33년 만에 첫 실사를 했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최근 BOE 재고의 2% 미만의 금이 뉴욕으로 이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는 충분한 금이 있다”고 말했다. BOE는 매월 금 보유량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5264t(1억 6924만순트라이온스)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