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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7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고 있다. 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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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동 수니파 맹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지구 재건 계획을 둘러싼 아랍권의 의견 수렴뿐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장소로도 사우디가 낙점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미국과 우크라이나와의 종전 협상을 위해 입국하기 하루 전인 17일(현지시각)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국가 안보보좌관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먼저 만났다.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가자 주민들을 이주한 뒤 가자지구를 개발해 재건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가자 재건 논의의 주요국이자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장 제공까지 사우디가 국제무대에서 보폭을 넓히는 데는 사우디가 사안에 따라서는 ‘중립국’으로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비시(BBC)는 사우디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외교 방향을 바꿔왔다고 짚었다. 사우디는 2023년 7월 우크라이나 평화계획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한 달 뒤에는 미-러 포로 교환 협상을 중재했다.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국내 여러 인권 문제에도 불구하고 2034년 월드컵과 케이팝 스타뿐 아니라 세계 유명 가수들의 단독 공연 개최 등 자금력을 앞세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사우디의 행동 반경이 넓어진 배경에는 사우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우디는 수니파 맹주이자 안정적 재원을 보유하고 있는 아랍 국가의 대표 격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 1기 주요 중동 정책인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사우디 등 아랍권이 가자 주민의 강제 이주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양국 입장에서는 사우디와의 우호 관계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가깝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사우디가 양국에) 전반적으로 적합한 장소”라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배제하려는 서방에 시도에 반대하고, 세계 주요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했다. 2022년에는 석유 생산을 늘려달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알리 시하비 사우디의 평론가는 “두 사람 모두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여기뿐”이라며 “(종전 협상장이 된 것은) 사우디로서는 명예로운 일이며 사우디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한 것”이라고 시엔엔(CNN)에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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