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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납치로 오해해 택시서 뛰어내린 여대생…택시기사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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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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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몰던 택시에 탑승한 여성 승객이 납치됐다고 오해하고 뛰어내려 탈출하려다 사망한 사건으로 기소된 택시기사와 뒤따르던 차 운전자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23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 A 씨와 뛰어내린 여대생을 발견하지 못하고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C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18일 확정했다.

A 씨는 지난 2022년 3월 4일 오후 8시 50분 경 KTX포항역에서 본인 대학교 기숙사로 가는 20살 여대생 승객 B 씨를 태웠다.

난청을 앓고 있던 A 씨는 “○○ 대학으로 가 달라”는 B 씨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 한 채 다른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B 씨는 자신이 말한 목적지로 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목적지를 다시 확인하거나, “내려달라”고 요구했지만 A 씨는 이마저도 듣지 못 했다.

결국 B 씨는 자신이 납치됐다고 생각해 달리는 택시의 문을 열고 탈출을 시도했다. 도로 위로 뛰어내리는 데 성공헀지만 뒤에서 C 씨가 몰던 또 다른 차량이 B 씨를 피하지 못 하고 치어 결국 숨졌다.

검찰은 이에 “영업용 택시를 모는 A 씨가 청력이 떨어졌는데도 이를 관리하지 않았고, 시속 80km 제한 속도가 있는 도로를 과속하는 등 난폭 운전했다”며 A 씨를 기소했다. 당시 A 씨는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선 후 2분가량 최대 시속 약 109㎞로 과속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C 씨 역시 전방주시 의무와 안전거리 유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함께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모두 A 씨와 C 씨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목적지를 잘못 알아듣긴 했으나 KTX포항역에서 해당 대학교로 가는 통상적인 길로 택시를 운행했고, B 씨가 겁을 먹고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릴 것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다고 봤다.

C 씨에 대해서도 1, 2심 법원은 앞 차량에서 사람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고, 당시 야간에다 주위에 가로등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대생을 발견해 회피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심의 판단 역시 같았다. A 씨가 여대생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일반적으로는 승객이 경찰에 신고해 위험을 해소하려고 하지 뛰어내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고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김예슬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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