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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항셍테크 연일 급등…시진핑이 마윈 만나는 장면, TV에 나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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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7일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등 중국 테크기업 총수들을 만나기 전부터 투자자들은 중국 기술주에 돈을 쏟아부으며 수년간 지속된 빅테크 규제가 끝나는 데 베팅했다. 이는 미중 기술 경쟁에서 중국 테크기업들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17일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정책 변화와 향후 전망을 보도했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현지 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기업 심포지엄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시 주석은 "현재 민영 경제 발전이 직면한 약간의 어려움과 도전은 개혁 발전과 산업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것"이라며 "이는 극복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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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테크기업이 주로 상장된 항셍테크지수도 17일 간담회 전날인 16일 2022년 2월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간담회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이 일제히 시 주석이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레이쥔 샤오미 회장 및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를 만나는 장면을 보도하는 등 이번 간담회는 전환점이 될 만한 조건을 갖췄다.

2020년말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테크기업 규제로 테크기업 수익이 급감하고 마윈 같은 거물이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진 이래 중국이 민간 부문을 지원할 것이라는 가장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 테크기업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살펴보자.


중국 테크기업에게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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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이 국유은행을 전당포에 비유한 발언을 하고 있는 장면/사진=중국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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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알리바바가 기업공개(IPO)를 한 이래 중국 테크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으며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와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는 억만장자일 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유명인사가 됐다.

이들의 부와 영향력은 중국 고위 지도부를 불쾌하게 만들었는데, 특히 2020년 10월 상하이 와이탄 금융포럼에 참석한 마윈이 이강 인민은행장 등 중국 금융당국 수장들 앞에서 금융 규제를 비판하면서 국유은행을 '전당포'에 비유한 게 대표적인 사건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역대 최고 IPO를 차지할 예정이던 앤트그룹의 IPO를 중단시키는 것으로 대응했으며 2021년 온라인 사교육, 게임, 핀테크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가 시작됐다.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 등이 막대한 대가를 치뤘으며 마윈 등 상당수 창업자들이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2023년 이후 시진핑 정부는 테크기업 규제 기조를 완화하고 수조달러 규모의 테크 섹터를 국가 경제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테크 섹터는 시장 포화와 내수 부진으로 인해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변화 신호는 이전부터 있었다

중국 당국은 광범위한 단속이 종결됐다고 공개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테크기업에 대한 조사를 종결하고 다양한 규제를 완화해왔다.

2023년 1월 중국 당국은 2021년부터 앱스토어에서 퇴출된 차량공유서비스 디디추싱이 신규 사용자 등록을 재개하도록 허용했다. 2023년 후반에는 앤트그룹에 대한 3년간의 조사를 종결하고 10억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4년 8월에는 중국 반독점 당국이 알리바바가 독점적 행위를 근절했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9월 알리바바는 사용자들이 결제시 경쟁업체의 텐센트의 위챗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비난을 받아왔던 중국 결제시장의 양대 업체간 장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시진핑이 참석한 2월 17일의 간담회 모습은 테크기업 규제 종결에 쐐기를 박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 관영언론은 시 주석이 테크기업 대표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입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테크기업 대표들은 시 주석의 발언을 꼼꼼히 메모했다.


왜 변화가 생겼을까?

변화의 배경으로는 중국 경제를 꼽을 수 있다. 민영기업을 필요로 하는 상황인 것이다. 테크기업들은 청년 실업, 부동산 침체, 지방정부 부채 및 디플레이션 등 장기적인 문제와 싸우는 중국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성장 엔진이다.

또한 기술이 지정학의 핵심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로부터 중국을 차단하려는 미국 정부와 충돌하고 있다. 현재 시진핑 정권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섹터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지원을 약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업계 벤치마크에서 미국 오픈AI와 맞먹거나 능가하는 수준의 오픈소스 AI모델을 출시하면서 일부 성과를 거두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러한 돌파가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제한했음에도 발생했다는 게 중요하다.

지난 1월 리창 중국 총리는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를 포함한 기업가를 비공개 회의에 초대해 올해 정부의 우선 순위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중국 정부는 수년간의 규제를 통해 테크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확립했으며 새로운 이니셔티브가 정부의 우선 순위와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스트리밍 앱보다는 AI, 클라우드컴퓨팅, 첨단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중국 정부가 중국의 기술적 미래가 온라인 게임이나 오픈마켓이 아니라, 미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에 더 중요한 산업에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표방했기 때문이다.

딥시크 외에도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주요 테크기업들이 미국 오픈AI의 GPT와 경쟁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돈을 쏟아부은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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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셍테크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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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테크기업 주가, 전고점 갈까?

2020년까지 중국 정부가 테크섹터를 방임하다시피하면서 억만장자들과 거대기업들이 대거 탄생했으며 중국 테크기업은 실리콘 밸리에 비견됐다. 알리바바, 텐센트, 앤트그룹(비상장)은 한때 합계 시가총액이 2조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2021년 반독점 규제가 본격화된 이후 5000억달러, 텐센트는 3000억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양 사 모두 2022년 최저점에서는 회복됐지만, 이전 최고치보다는 훨씬 낮다. 전고점을 기준으로 보면 아직 주가가 갈 길은 멀다.

18일 홍콩 항셍테크지수는 3.04% 급등한 5666.35로 오전장을 마쳤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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