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달] '대통령의 날' 맞아 反트럼프 전국적 시위…저항 확산 조짐
정부개혁 명분으로 대량해고·해외원조 중단…이민자·성소수자 배척 등 폭력적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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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참여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과격한 연방 공무원 감원에 반대하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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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취임 한 달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적으로는 '딥스테이트'(막후 관료 집단) 청산을 거칠게 몰아붙이며 미국 사회 전반을 혼돈에 몰아넣고 있다. 또한 성소수자 지원이나 이민자 보호 등 미국이 전통적으로 지향해 온 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정책들을 쏟아내며 민주주의와 헌법의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미국 공휴일인 '대통령의 날'을 맞은 17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미 전역 곳곳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민주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들'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 장소는 주요 연방정부기관 건물과 각 주의 의회의사당 등이라고 이번 전국 시위를 조직한 '50501 운동' 측은 밝혔다. 워싱턴DC 의회의사당 앞에 모인 시위대는 '왕의 날이 아니다'(No King's Day), '내 대통령의 날이 아니다'(Not my president's day) 등의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과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조사와 행정명령을 통해 폐지된 다양성·평등·포용(DEI) 정책의 복원 등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연방자금 지출 동결이나 '출생 시민권' 폐지, 불법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촉발한 혼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적 시위를 조직한 '50501 운동'은 '50건의 시위, 50개의 주, 1일' 또는 '50건의 시위, 50개 주, 1개 운동'이라는 의미다. 모든 주에서 빠짐없이 동시다발 항의 시위를 벌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50501은 이날 집회 전 웹사이트에 올린 보도자료를 통해 "분명히 말하자면, 우리는 일론 머스크를 선출하지 않았다"며 "그는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우리 헌법상의 권리가 어떻게 짓밟히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강화하려는 자들이 어떻게 대통령의 권한을 빼앗고 있는지 목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량해고로 '딥스테이트' 청산 시도…정부조직 아비규환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앞세워 연방정부 조직에 대대적인 수술을 시작했다.
트럼프는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연방정부 기관들이 대규모 감원 준비에 신속히 착수해야 하며, DOGE에 협조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정부효율부 인력 최적화 이니셔티브 구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머스크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게 효율성 향상과 자연 감소를 통한 연방정부 인력 축소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는데, 퇴직자 4명당 1명 이하로 신규 고용을 제한했다. 로이터,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연방정부 공무원은 전체적으로 230만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2~5%(4만 6000~11만 5000명)를 감원하는 게 트럼프와 머스크의 목표다.
현재까지 정부 기관에서 1만 명 가까이 해고된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는 지난 16일 보도에서 현재까지 약 95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해고는 주로 1년 미만 근속 수습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로이터는 수습직원은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처별(산하기관 포함) 해고 인원은 내무부 2300명, 농무부 3400명, 에너지부 1200~2000명, 보건복지부 1300명, 보훈부 1000명, 교육부 160명 이상이다. 국세청은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제보자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희망퇴직에는 약 3%에 해당하는 7만 5000명의 연방 공무원이 신청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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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며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얘기를 하고 있다. 2025.02.1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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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처 폐지·DOGE 월권 등 곳곳 무리수…법원 제동 잇따라
미국 내에서는 연방정부 개혁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상당히 강력하다. 예를 들어 국방부의 경우 연간 8000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쓰는데, 국방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몰라 감사 의견을 내는 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실패했다.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민주당)은 작년 12월 "8860억 달러에 달하는 국방부 예산안이 7번 연속으로 감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수십억 달러의 자금 내역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연방정부 지출 삭감에 지지를 표명했다. 다만 샌더스가 트럼프와 머스크식의 대량 해고를 찬성한 것은 아니다.
여론을 등에 업은 트럼프는 집권 1기 때부터 배후에서 실력을 행사하는 공무원 집단을 '딥스테이트'로 부르며 개혁 대상으로 삼아왔는데, 법과 절차까지 무시해가며 이를 밀어붙이면서 '미국 민주주의 구조를 찢어놓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는 연방 부처의 낭비, 사기, 남용을 감시하는 정부 감사관 17명을 해고하면서 '30일 전 의회 통보' 규정을 위반했다. 이들은 복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의 비군사적 해외원조를 담당해 온 국제개발처(USAID) 직원 1만 3000명을 290여 명으로 줄여 사실상 해체하는 과격한 계획도 진행 중이다. 미국 내 최대 공무원노동조합인 연방공무원노조(AFGE) 등은 의회에서 법률로 설립된 USAID를 트럼프 대통령이 해체할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워싱턴DC 연방 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일시 중단 명령으로 트럼프에 제동을 걸었다.
뉴욕, 캘리포니아 등 19명의 민주당 소속 주 법무장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DOGE에 재무부의 핵심 결제 시스템 접근을 허용한 것은 연방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지난 8일 DOGE의 해당 권한이 유지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속 권한을 일시 중지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판사가 "부패했다. 지금 당장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법원의 결정에도 응하지 않는 등 트럼프 행정부가 사법부의 권위까지 부정하고 있어 우려가 높아진다.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인 크리스 메이즈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동의하지 않는 판결에 항소는 해왔지만, 법원 명령을 무시하거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판사를 탄핵한다고 위협하지 않았다"고 트럼프와 머스크를 비판했다.
케이트 쇼 펜실베이니아대 법학 교수는 NYT에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행정명령과 기타 행정 조치는 의회에서 제정한 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며 "권력 분립, 표현의 자유, 법 앞의 평등 같은 핵심 헌법적 가치를 최대한 무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다트머스 대학교의 정치학자인 브렌던 니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법과 헌법을 공개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윈 체메린스키 캘리포니아대 법학 교수는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며 "우리는 지금 헌법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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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소재 미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 전경 ⓒ AFP=뉴스1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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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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