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안전 보장 없는 종전 반대
"미국, 푸틴 기쁜 말만" 작심 비판
![]()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아부다비=AP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의견은 묵살하고 종전 협상을 밀어붙이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필요성을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선을 그었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한 자국의 일방적 양보 형태로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독일 ARD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 나선 상황에 대해 “그걸 그냥 협상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된다”며 거듭 나토 합류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아무도 아프가니스탄 2.0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몹시 빠르게 철수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군 뒤 탈레반이 재집권한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미국에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보장하지 않은 채 전쟁을 끝내면 또다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노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푸틴 기분 좋은 말’만 하는 게 문제다. 그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서로 만나 성공하기 위해서 그를 기쁘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전은 성공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하면서 ‘우크라이나 영토 반환 불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등 러시아가 요구하는 종전 협상 조건에 힘을 실어주는 트럼프 대통령을 작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는 완전히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 정상이 진정 좋은 관계일 수는 없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할 수 있는 건 양국 관계에 관한 일뿐”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 국민과 삶을 절대로 협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향후 두 나라 정상 간 담판으로 전쟁이 끝날 가능성을 우려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의 운명이 달린 자리인데도 사우디에 초대받지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가치를 공유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유럽이고 여러분과 똑같다”며 유럽의 지원과 협력을 요청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3년간 유럽 군사력이 약간 나아졌지만 “전투 병력 규모와 해군력, 공군력, 드론 측면에서 약하다”며 유럽 자체 방위력 증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번 인터뷰는 14∼16일 열린 독일 뮌헨안보회의 때 진행됐다고 ARD방송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를 마치자마자 중동으로 향했다. 중동 국가들에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전날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 튀르키예에 도착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회담이 18일 예정돼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