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한파 닥친 주택시장, 뜨거운 '강·여·목·마'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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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뜨면 즉시 팔려"…부동산 한파에도 '강여목마' 집값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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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 속에서도 서울 내 특정 지역 집값은 역대 최고가에 거래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똘똘한 한 채' 전략이 강해졌다. 그 결과 오르는 곳, '강여목마'(강남, 여의도, 목동, 마용성)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17일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 전체 매매가격지수는 2024년 1월 대비 3.11% 상승했다. 강남구(7.58%), 송파구(7.11%), 서초구(6.27%) 등 '강남 3구'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성동구(7.1%)와 강동구(6.49%), 마포구(5.65%), 광진구(5.05%) 등 강남 접근성이 좋은 곳들이 많이 오른 곳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천구(-2.22%), 도봉구(-1.58%), 노원구(-1.44%), 중랑구(-1.27%), 강북구(-1.26%) 등 서울 외곽 지역은 하락을 면치 못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2022년 1월과 비교하면 서울에서 매매가격지수가 오른 구는 단 4개에 불과하다. 강남구가 4.58% 올랐고, 용산구가 3.71% 올랐다. 서초구(2.15%)와 송파구(0.07%)도 전고점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지역에선 연일 신고가 사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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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꿈, 강남…'강남불패' 신화 현재진행형
강남은 여전히 서울 부동산 최정점에 있다. 강남권 아파트는 매물로 나오는 즉시 팔려나간다. 연일 신고가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30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거래가격이 30억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 신고가 기록이다. 지난해 7월 26억원대에 거래됐는데, 반년만에 약 4억원 올랐다.
강남은 학군, 교통, 생활 인프라 등 주거의 모든 요소에서 국내 최상급 조건을 갖췄다. 대내외 정치·경제 환경이 불안해질수록 '안전자산' 수요가 커진다. 현재 강남 부동산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규제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커지며 현금부자들이 강남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잠실,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등 강남권 부동산 발목을 잡았던 토지거래허가지역 지정을 해제한 것도 향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금융허브' 여의도, 한강변 초고층 스카이라인 기대감
영등포구 여의도는 50년 넘은 노후 아파트들이 본격적인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금융 중심지 입지와 한강변 희소성이 결합되면서 재건축 단지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를 최고 65층, 2473가구로 재건축하는 내용을 고시했다.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국내 최초 단지형 고층 아파트다. 이밖에도 재건축을 준비중인 노후 아파트들이 많은데, 재건축이 완료되면 여의도는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여의도는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강남 못지않은 고급 주거지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63빌딩을 중심으로 스카이라인이 재편되면서 주거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전통의 학군지' 목동…재건축으로 다시 태어난다
양천구 '목동10단지' 전용면적 106㎡는 최근 2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 19억7500만원보다 1억7500만원 높은 가격. '목동9단지'도 전용 71㎡가 최근 1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목동은 서울 최고의 학군 지역으로 꼽힌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앞두고 연일 신고가 사례가 속출하는 이유다.
재건축을 앞둔 구축 단지들이 많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목동 재건축 단지 정비계획안이 차례로 공개되고 있다. 양천구청은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10개 단지(4·5·6·7·8·9·10·12·13·14단지)의 정비계획안을 최근 공시했다. 모두 최고 40층 이상 단지로 추진된다. 남은 1·2·3·11단지도 올해 중 주민공람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2만6600가구 규모인 목동 신시가지 단지는 재건축이 완료되면 5만가구 이상 규모의 미니신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사통팔달', 신흥강자' 마용성
마포·용산·성동구를 묶어 부르는 '마용성'은 이제 고유명사가 됐다. 지리적으로 서울 중심에 있는데 그치지 않고 사통팔달 교통망을 갖췄다. 직주근접 편의성이 부각되면서 수요층이 두터워졌다. 특히 용산은 대통령실 이전 이후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급 주거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3억15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같은 달 23억원에 거래된 사례도 나왔다. 2021년 말 준공된 1694세대 규모 신축 단지인 이곳은 지난해 6월 19억원 안팎에 거래됐다. 이곳 역시 반년만에 약 4억원 올랐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도 최근 20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마용성도 '신축 국평' 20억원대가 기본이 됐다. 손을 뻗어도 잡지 못할만큼 치솟는 강남 부동산 대신 마용성의 '가성비'가 주목받은 결과다.
최근 서울 부동산 가격 흐름은 3~4년 전 서울 부동산이 과열양상을 보이던 때와 다르다. 당시에는 강남권에서 마용성, 외곽지역 순으로 상승세가 확산됐지만, 현재는 시장이 양분돼 오르는 곳만 오른다. 외곽지역에선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초양극화 현상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입지가 확실한 지역을 선호한다"며 "당분간 '강여목마' 지역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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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강 집값 '반토막' 났는데…서울도 아닌 '이 동네' 신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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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아파트 매매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10일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격을 분석한 결과 2025년 1월 전국 아파트 하락거래 비중은 44.9%로 나타났다. 하락거래는 지난해 8월(39.8%)부터 늘어나 같은 해 11월(43.7%)에는 상승거래와 비교해 하락거래 비중이 더 커졌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하락거래 비중이 지난해 12월 43.4%로 집계되며 상승거래 비중보다 높아졌고, 지난달도 43.6%를 차지했다. 서울(36.9%)은 여전히 상승거래 비중이 높은 가운데 경기(45.7%)와 인천(45.1%) 아파트 거래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도권 하락거래 비중을 높였다. 2025.02.10. 20hwan@newsis.com /사진=이영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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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판교 등 일부 지역은 서울 핵심 지역이 아닌데도 집값이 연일 오름세다. 강남 옆 동네 이른바 '준강남'으로 꼽히며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일부 지역은 같은 서울이지만,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집값은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노원·도봉·강북구 일대가 부진하자 2021년 전후 집값 급등 시기에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 집을 구매했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 집주인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급매물을 내놔도 집을 사려는 나서는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7단지 전용 79㎡는 이달 11일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였던 지난해 10월(9억20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내린 가격이다. 부동산시장이 뜨거웠던 2021년 3월 기록한 최고가(12억4000만원)보다는 6억9000만원 하락했다. 하락률은 55%를 넘었다.
상계동 상계주공 5단지 전용 31㎡는 2021년 한 때 8억원이 넘었지만, 올해 1월 4억8400만원에 실거래됐다. 강북구 미아동 대장아파트인 SK북한산시티 전용 59㎡도 이달 들어 최고가(7억8000만원)보다 26%가량 하락한 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5차 전용 84㎡는 지난달 8억4700만원에 매매됐다. 같은 평형은 지난해 하반기까지 9억3000만~9억5000만원 선에 거래됐다. 2021년 10월에는 12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노원·도봉·강북구는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 덕분에 신혼부부들의 첫 집 대표 지역으로 꼽혔다. 2021년 전후해서 영끌 매매가 집중됐지만, 일부 아파트는 당시 기록했던 최고가 대비 50~70%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 따르면 2월 둘째 주까지 노원구(-0.02%)와 강북구(-0.03%) 아파트 매매가격은 7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도봉구(-0.06%)는 보합으로 전환한 지 1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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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강vs과천·판교 '희비' 엇갈린 집값/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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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울에서 벗어난 경기도 과천, 성남, 판교 등은 신고가를 새로 쓰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 용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매매 수요를 모두 흡수하는 모습이다. 강남과 가깝고,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데다가 개발사업까지 겹치면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과천과 성남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각각 4.79%, 3.61%로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 상승률(1.20%)을 크게 웃돌았다.
과천 대단지인 과천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1억6000만원(32층), 20억7000만원(17층)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2월 15억~18억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2억~5억원 안팎으로 올랐다. 통합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과천 부림동 주공8·9단지 전용 83㎡는 지난해 11~12월에 각각 21억원, 20억원에 1건씩 거래됐다. 1년 전에는 16억원 선에 주로 매매가 이뤄졌다.
판교 대단지인 성남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17㎡는 최근 36억8000만원에 매매,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9월 매매가(34억6000만원) 대비 2억원 넘게 뛰었다. 앞서 분당구 삼평동 봇들마을8단지한신휴플러스 전용 118㎡도 30억4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썼다. 2019년 최고가(20억3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뛴 가격이다.
이들 지역에는 분양시장 열기도 뜨겁다. 과천 '프레스티어 자이'는 지난해 10~11월 3.3㎡당 6000만 원을 넘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계약 시작 일주일 만에 모두 팔렸다. 같은 해 7월 판교 테크노밸리 중흥S클래스는 청약경쟁률이 1110대 1에 달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는 집값이 지역별로 완전히 다르게 움직이는 '지역분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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