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은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2017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 이후 바로 지도자 생활에 뛰어들었고 올해는 드디어 감독에 부임했다.
방송해설이나 예능 등 다른 길로 빠질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한 길만 고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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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NC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美 투손)= 김재호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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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내의 말 한마디가 컸다”며 현장을 떠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은퇴할 때쯤 방송해설이나 예능 쪽에서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해설도 그렇고 야구 외적인 일도 해보고 싶었는데 아내가 ‘야구인이 필드에서 야구인으로 남아야지 사람을 웃기는 것은 개그맨들이 하는 일인데 당신이 거기서 왜 그걸 하려고 하냐?’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니 필드에서 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여기에서 펼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조금 아니다 싶었다.”
“코치하면서 짜증 날 때는 ‘그냥 그때 제안을 받을걸’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말을 이은 그는 “그런데 또 우리 두 아들이 모두 야구를 하고 있어서 아들에게 아빠가 야구인으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들에게 야구인 아버지로 남고 싶은 마음도 전했다.
7년간 코치 생활 끝에 잡은 첫 감독 기회다. 너무 기다림이 길지 않았는지를 묻자 웃으면서 “(코치 생활) 7년이면 적당하게 한 거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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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감독이 망루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美 투손)= 김재호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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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감독으로서 캠프를 진행 중인 그는 “사실은 우왕좌왕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그런 부분 없이 내가 코치하던 시절보다 잘 돌아가는 거 같다”며 감독으로서 치르고 있는 첫 캠프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만큼 시즌 개막이 더 기다려질 터. “당연히 기대된다”며 운을 뗀 그는 “첫해다 보니 기대도 있지만 걱정도 된다. 나 자신에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나 때문에 팀이 지면 어쩌나’ 이런 걱정도 된다. 그래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한 경기 한 경기 배우면서 최대한 실수 안 하고 하려고 한다”며 첫 감독으로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도 전했다.
2018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코치 연수를 받은 뒤 NC 1군 타격코치, LG트윈스 코치를 거쳐 올해 다시 NC로 돌아온 그는 “감독을 해보니 코치 때와는 생각이 많이 바뀐다. 코치 때는 감독님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었는데 이 자리에 올라서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엔트리는 한정됐고, 더 쓰고 싶은 선수가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올해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기존 베테랑 선수들에 내야 외야 투수에서 젊은 선수들을 한 명씩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군에서 제대하는 선수들까지 포함해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이 더 강팀이 될 수 있게 생각하고 있다”며 감독으로서 가진 구상도 설명했다.
현역 시절에는 김응용, 김성근, 김경문 감독 밑에 있었고 코치 시절에는 류지현, 염경엽 감독과 함께 일했다. 여러 감독과 함께하면서 배운 것이 있을까?
그는 “훈련 일정을 짜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일정을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경기 운영에 대해서는 각자 스타일이 있기에 정답은 없는 거 같다. 여러 좋은 감독님 밑에서 일했지만, 나는 나만이 생각하는 스타일의 야구를 해보고 싶다. 기본적으로 도움은 됐지만, 누군가의 것을 베끼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좋은 점은 더 좋은 점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싶다”며 감독으로서 포부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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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은 현역 시절부터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여러 명장들과 함께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 MK스포츠 DB |
그렇다면, 그가 원하는 스타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그는 “1루 베이스까지 전력으로 뛸 수 없는 몸이면 기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한국 야구가 풀이 좁다 보니 부상이 있고 몸이 안 좋아도 참고 뛰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나는 전력으로 뛸 수 있는 몸이 아니면 기용하지 않을 것이다. 놀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말 잘 치는 타자인데, 타격만 치게 하면 되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밑에 있는 친구도 준비하고 있다. 밑에 있는 선수가 힘이 넘쳐나는데 계속 벤치에 이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투수들도 계속 쓰는 선수만 쓰는 것이 아니라 28인 엔트리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1군에 올라온 투수라면 게임이 되는 투수라는 뜻이다. 그런데 한 선수가 3연투하고 던진 선수가 또 던지고 이러기보다 접전 상황에서 어린 친구들도 써보고 싶다.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보려고 생각중이다.”
이런 기용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결단이 필요할 터. 그는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무서워서 뭔가를 못 하는 것보다 과감하게, ‘이 상황에서 이걸 할 수 있단 말이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당하고 용감하게 용기를 낼 줄 아는 감독이 되고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요즘에는 언론도 그렇고 인스타그램 같은 것도 활성화됐다. 그런 것에 신경을 많이 쓰면 감독이나 스태프, 선수들이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야구가 생겨나지 않고 야구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나는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감독, 그런 감독으로 팬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 한국 야구에 뭔가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잡혀서 팬들이 야구장에서 즐겁게,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야구를 하는 감독이 되고싶다”며 자신의 꿈을 전했다.
[투손(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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