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공개되면 심각한 인권 침해" "더 숨어버릴 것"
일부 교사들, 질환교원심의위 등 법제화는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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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 안전 강화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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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하늘 양(8)이 같은 학교 교사에게 피살된 사건 이후 교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학교 안전을 강화하는 '하늘이법'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정은 고위험군 교사에 대한 긴급조치 등 관리·지원체계 구축 등을 담은 하늘이법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현장 교사들 사이에선 병력이 공개될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와 2차 가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일부에서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질환교원심의위원회' 등을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제2의 하늘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위험 교원을 긴급 분리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교육공무원법 개정, 가칭 하늘이법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전날 '학교 안전 강화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고위험군 교사에 대한 긴급조치 등 관리·지원체계 구축 △하늘이법 제·개정 추진 △늘봄학교 귀가 및 학교 외부 출입 관리 등 학교 안전 관리 강화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정신질환 등으로 주변에 위해를 가하는 고위험 교원에 대한 긴급 분리조치와 정신건강 전문가 등이 포함된 긴급대응팀 파견 등이 법제화된다. 기존 '질환교원심의위원회'는 '교원 직무수행 적합성 심의위원회'(가칭)로 대체해 직권 휴직이 포함된 각종 조치 및 복직 시 심의를 강화한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조치된 교원에 대해서는 치료 지원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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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17일 학교 안전 강화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통해 발표한 문제사안 발생 시의 제도 개선안. (교육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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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체 교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마음건강 자가 진단 실시 및 상담과 심리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의 교육활동보호센터(32개), 연계기관(상담기관 1192개·심리치료기관 218개) 등과 협력하기로 했다.
학부모의 불안 해소를 위해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초등학교 1·2 학생은 '대면 인계 동행 귀가' 원칙을 확립한다. 학교전담경찰관(SPO) 증원을 통해 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는 등 학교 내외 안전을 면밀히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교직원 퇴근 시점인 오후 4시부터 마지막 학생 귀가 시점까지 귀가 지원 인력을 최소 2인 이상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성급한 법안 제정, 정신질환 숨길 수도"·"인권침해" 우려
이처럼 하늘이법 입법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성급한 법안 제정으로 인해 정신 질환이 있는 교원이 오히려 숨을 수 있고, 교사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30대 초등교사 정 모 씨는 "교사의 주변인으로 구성된 위원들에게 병력이 공개될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해당 교사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사회적 지위를 위협해 정상 근무 복귀를 방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단순히 '정신질환 교원'의 탓으로 몰아갈 게 아니라,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을 보호하는 사회 구조와 시스템 차원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 교사 이 모 씨(29)는 "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으려고 오히려 교사들이 정신과 방문을 기피하고 더 숨어버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정신질환 없이도 위협적인 성향을 보이는 교원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교원의 임용 단계부터 정신 건강을 고려하고 재직 교원의 심리 검사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교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엔 "그렇게 따지면 교사뿐 아니라 모든 직종에 다 정신건강 검사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 "임용 전엔 문제 없다가 폭력 성향이 생기는 교원은 어떻게 관리할 건가", "모든 교사의 인권을 말살하는 법안"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미 교사를 위한 관리·지원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문제부터 우선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하늘이법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교사에 대한 직권휴직이 오남용될 수 있다"며 "질병휴직위와 질환교원심의위 등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은 이유부터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환교원심의위원회 등 법제화 필요성엔 일부 '공감'
일부 교사들은 문제 교원에 대한 제지를 위한 법제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 교사 진 모 씨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을 정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 본부장은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법제화를 통해) 안전 장치가 더 객관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설치만 돼 있고 사실상 열리지 않았던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는 각 교육청마다 규칙으로 규정해 사실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질환교원심의위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단 6차례만 개최됐다.
rea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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