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등 외교통상분야 14건 최다
집권 초반부터 통상전쟁 ‘속도전’
16일 동아일보가 미 연방관보 등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집권 2기 행정명령 중에선 관세 등 외교·통상 분야가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방정부 개편(10건), 이민·안보(7건), 에너지·기후(6건), 재정·기술(5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주 만에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통상 전쟁’에 돌입했다. 취임 1년이 지난 2018년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던 1기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속도 못지않게, 행정명령의 강도도 1기 때보다 세졌단 평가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간의 유예를 주기로 했지만 우방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또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철강·알루미늄 품목에도 25%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특히 4월 2일경부터는 국가별 상호 관세와 함께 한국의 핵심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2기 행정부에선 초반부터 ‘관세 패키지’로 사실상 모든 우방에까지 칼끝을 겨누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1기땐 산발적 ‘충격-공포’… 2기땐 한달내내 ‘천둥의 날’
[트럼프 한달, 행정명령 폭풍]
한달새 행정명령 65건… 1기의 5배
의회 견제 받지않는 행정명령 통해, ‘美 우선주의’ 정책 이행 속도전
中 추가관세 등 ‘외교-통상’이 14건… 국경 강화 등 ‘이민-안보’ 분야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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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일인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쌓여 있는 8건의 행정명령 문서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에만 12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지난 한 달 동안 총 65건의 행정명령을 내놨다. 워싱턴=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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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1기 땐 산발적으로 정책을 쏟아내는 ‘충격과 공포(shock & awe)’ 전략을 썼다면, 2기에선 그동안 계획한 내용을 쭉 실행에 옮기는 ‘천둥의 날들(days of thunder)’이 시작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취임 후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배넌이 예고한 대로였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관보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취임 후 한 달 동안 서명한 ‘행정명령’(12건)의 약 5배에 이르는 65건을 같은 기간 쏟아냈다. ‘각서(memorandum·15건)’와 ‘포고문(proclamation·12건)’까지 합친 트럼프 2기의 행정조치는 총 92건에 이른다.
미 NBC방송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는 최근 40여 년간 대통령 취임 100일 기준 가장 많은 행정명령이 내려진 시기”라고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속도 내기’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 ‘외교·통상(14건)’과 ‘연방정부 개편(10건)’ 행정명령 가장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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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초반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는 행정명령을 적극 활용해 자신이 강조해 온 정책들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외교·통상’ 분야 행정명령만 한 달간 14건을 서명하며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최근 전 세계적인 우려를 키우는 ‘글로벌 통상전쟁’을 본격화한 건 1일부터다. 이날 행정명령을 통해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들 국가가 펜타닐 등 마약류 단속을 소홀히 해 미국에 해를 끼친다며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후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선 관세 부과 시점을 30일간 유예했지만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는 예정대로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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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땐 취임 2년 차인 2018년에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지금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에 대중(對中) 통상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1기에선 취임 한 달 동안 관세 관련 행정명령도 없었다. 그 대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글로벌 통상전쟁’의 기반을 다지는 조치 정도만 취했다.
외교·통상 분야 다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개편’ 관련 행정명령(10건)에 많이 서명했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딥스테이트(기득권 관료집단)’ 청산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딥스테이트 해체를 명분으로 인사 비준권과 예산 편성권 등 의회의 대통령 견제 권한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불법 이민자 단속 및 국경 보안 강화도 1기 때보다 훨씬 속도가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기(Make America Safe Again)’란 정책 기조를 중심으로 취임 첫날 국경에서 군의 역할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지금까지 7건의 ‘이민·안보’ 분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 12개 부처 장관들 상원 인준 통과, 1기보다 빨라
각종 정책을 책임지고 집행할 각 부처 장관들(15명)에 대한 미국 의회의 인준 속도도 2기가 1기 때보다 빨랐다. 취임 한 달간 상원 인준을 못 받은 장관 후보자 수는 1기 6명에서 2기 3명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1기 땐 취임 한 달도 안 돼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으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낙마했다. 이어 반(反)노동 성향으로 논란이 된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후보자도 자진 사퇴했다. 또 백악관 주요 인사 사이의 갈등설이 공공연히 제기되는 등 권부의 내밀한 이야기가 자주 새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유출자 색출” 지시까지 내렸다.
하지만 집권 2기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한 대로 백악관과 전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충성파’들로 요직을 채운 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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