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이냐, 중도층이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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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는 헌재 항의 방문 - 국민의힘 의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방문해 “부당하고 편향된 헌재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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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는 서부지법 찾아가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을 방문해 “서부지법 난입 사태는 국민의힘이 선동해 벌어진 소요 사태”라고 했다. /남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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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일정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오차 범위 안에서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 수주째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직후 지지도가 급락했다가 ‘탄핵 반대’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민주당을 오차 범위 안에서 따라붙었지만 더 이상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가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포기 의사를 내비치는 등 정책 우클릭에 나섰다가 최근 다시 좌클릭으로 돌아섰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정치권에선 중도층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는 ‘지지도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직후인 작년 12월 17~19일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24%였다. 민주당(48%)과의 격차가 24%p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12월 27일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 소추한 것을 기점으로 국민의힘 지지도가 상승하기 시작해 올 1월 14∼16일 갤럽 조사에선 39%로 뛰어올랐다. 반대로 이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36%를 기록해 비상계엄 한 달 만에 지지도가 역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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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
이런 여론 추세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대통령을 찾아가 접견했다. ‘탄핵 반대’ 장외 집회에 참석하는 국민의힘 의원도 늘어났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조기 대선 등 윤 대통령 탄핵을 기정사실화하는 흐름에도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선 양당 지지도는 엎치락뒤치락하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선 “묻지 마 탄핵 등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보수 결집 현상으로 나타났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갤럽 조사에서 ‘탄핵 찬성’ 답변은 ‘탄핵 반대’보다 일관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권 교체’ 응답도 지난달 말부터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지지도 정체’를 둘러싼 고심이 깊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 민주당 지지도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40% 안팎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대표 연설에서 성장을 바탕으로 한 ‘잘사니즘’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한미 동맹 강조,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허용, 상속세 완화 방침 등을 잇달아 밝히며 정책 우클릭에 나섰다. 조기 대선을 내다보고 중도층 공략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는 3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 3주 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는 37%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선 32%(1월 2주)→31%(1월 3주)→31%(1월 4주)→34%(2월 2주) 등 30%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최근 반도체법 주 52시간 예외 적용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는 등 좌클릭 움직임으로 전환했다. 이 대표는 21일엔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강하게 반대해온 양대 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도 한다. 정책 우클릭이 실질적인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보고 강성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양당의 이런 움직임이 장기적으론 외연 확장을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국민의힘 수도권 지역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선 “보수층 결집에만 집중하면 중도층 유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보수 진영이 뭉치고 있지만, 여전히 침묵하는 다수 국민 사이에선 ‘탄핵 찬성’이 많다고 봐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는 ‘조기 대선이 없다’는 주문만 외우지 말고 선제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 사이에 갇혀 갈지(之)자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가 지도자로서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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