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3년]
우크라서 활약하는 4륜구동 ‘봉고’
![]() |
한국산 봉고 구급차 앞에선 키이우 구급요원들. 왼쪽부터 옥사나 샤르코 키이우 시립 병원 응급센터장, 응급구조사 이나, 응급의 아르투르, 응급구조사 막심. /키이우(우크라이나)=정철환 특파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
한국산 봉고 4륜 구동 구급차 /키이우(우크라이나)=정철환 특파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
한국산 봉고 구급차 앞에선 키이우 구급요원들. 왼쪽부터 응급의 아르투르, 옥사나 샤르코 키이우 시립 병원 응급센터장, 응급구조사 이나, 응급구조사 막심. /키이우(우크라이나)=정철환 특파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12일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러시아가 쏘아 올린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150여 개가 쏟아졌다. 올 들어 가장 강력한 러시아의 공습 중 하나였다. 이 중 일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KN 계열 미사일이었다. 키이우 북서부 오볼론스키 지구의 주거지에 미사일 파편이 떨어지면서 아파트들이 불타고,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날 부상자들을 구하려 달려 온 수십 대의 앰뷸런스(구급차) 중 낯익은 모습의 차량 하나가 있었다. 키이우 시립 병원이 운영 중인 기아 ‘봉고’ 4륜 구동 구급차. 대한적십자사가 작년 5월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40대의 구급차 중 하나다. 키이우 시립 병원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북한산 미사일이 파괴한 주택가에 한국산 구급차가 들어갔다”고 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미사일은 인명 살상에 쓰였지만,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구급차는 사람을 살리는 정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 4륜 구동 구급차 ‘봉고’의 존재는 매우 소중하다. 파괴된 도로와 건물 잔해 때문에 다른 구급차가 쉽게 접근 못 하는 곳에도 4륜 구동 구급차는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키이우 시립 병원에서 지난 5일 한국산 구급차를 운영 중인 응급의 아르튀르(31)씨와 응급구조사 막심(21), 이나(20)씨를 만났다. 아르튀르씨는 “정말 든든한 차량”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는 550여 대의 구급차가 파괴되고 120여 대를 뺏겼다.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에 구급차 부족은 큰 타격이었다.
독일·스페인·영국·에스토니아 등 유럽 국가들이 최신형 구급차를 제공했다. 하지만 상당수가 열악한 도로 환경에서 제대로 활약하기 힘든 후륜 구동이었다. 최신식 장비를 갖추고도 현장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대한적십자사가 제공한 ‘봉고’ 구급차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막심씨는 “이 차량은 공습으로 파괴된 길, 비포장 험로도 쌩쌩 달린다”며 “벌써 수십 명의 귀중한 생명을 구해냈다”고 했다. 이나씨는 또 “전쟁 초기 체르니히우에서 러시아 점령 시기를 보내며 많은 민간인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것을 봤다“며 ”지금 이 차를 타고 인명을 구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키이우 지역엔 현재 구급차 180여 대가 있다. 이 중 100대가 매일 운영되면서 올 들어서만 7500여 명을 응급 이송했다. 옥사나 샤르코 응급센터장은 “끊임없는 공습 때문에 응급 구조 체계의 부하가 굉장히 크다”며 “인력 부족, 구급 차량 부족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최신 장비를 갖춘 한국산 4륜 구동 구급차가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봉고 구급차는 지금 우크라이나 전 지역을 누비는 중이다. 주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은 “키이우 외에 북부 하르키우, 동부 도네츠크, 남부 자포리자와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배치돼 맹활약 중”이라고 했다.
3명의 응급의와 구조사들은 “전쟁이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한국도 최소한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응급의 아르튀르씨는 “지혈대 사용 방법, 심폐 소생술 등은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도 과거 냉전 시대엔 (전시에 대비해) 학교에서 응급 조치 교육을 했지만, 이후 평화 시기 교육 과정에서 모두 사라졌다”며 “이제야 그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 중”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키이우(우크라이나)=정철환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