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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이슈 미술의 세계

[일사일언] 당신이 보는 色은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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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사물 중 ‘흰색’ 물건을 찾아보자. 지금 내 주변에는 커튼과 화장지, 그리고 책상에 어지럽게 놓인 여러 장의 A4 용지가 있다. 색은 물리량이 아닌 감각에 의한 판단에 해당하기에 각자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은 휴지와 A4 용지가 흰색이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화장지와 A4 용지는 흰색이 아닌 파란색이다. 물체의 색깔을 측정해주는 색측정기에 휴지와 A4 용지의 색을 측정해보면 ‘파랑’의 값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우리 눈에는 화장지와 A4 용지는 여전히 흰색으로 보인다. 왜일까. 우리는 지금껏 이들의 색을 ‘흰색’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화장지와 A4 용지가 지금보다 조금 더 누런 느낌의 색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두 상품에 대해 조금 더 깨끗한 느낌의 이미지를 원했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조사들은 화장지와 A4 용지에 형광 물질을 도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이들은 조금 시퍼런 동시에 차갑고도 깔끔한, 그래서 깨끗한 ‘흰색’스러운 느낌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진짜 ‘흰색’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그것이 ‘흰색’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도리어 조금 “누리끼리하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나는 이런 반응을 보이는 주변인을 설득하기 위해 길을 지나다가 운 좋게 마주한 흰 매화나무를 가리키며 “저게 진짜 흰색에 가깝다”고 하였다. 흰색이라기에는 조금 노란 것 같기도 하다며 여전히 의심을 지닌 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그는 갑자기 A4 용지를 가리키며, “어, 진짜 푸르스름하네?”라고 반응했다.

우리는 스스로가 감각에 의해 받아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그것들을 토대로 믿음을 형성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는 믿는 대로 보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흰색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물들이 실은 푸른색이었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을 볼 때는 찬찬히 잘 보아야 한다. 사람은 보는 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대로 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박시영·2025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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