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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사설] 안 그래도 갈라지는 나라, 가짜뉴스 망령까지 동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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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엔 허위 사실, 대통령 부부엔 딥페이크





좌우 편 갈라 가짜 양산…엄정한 당국 대응 있어야



중앙일보

17일 오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자택이 있는 서울 종로구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단체 회원들이 출근길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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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어수선한 탄핵 정국에 허위 조작 정보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이름의 망령이 특유의 생존력으로 우리 사회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출신 고교 온라인 카페와 관련한 난데없는 허위 조작 정보로 공격의 대상이 됐다. 15년 전 이 카페에 음란물이 게시됐고, 문 권한대행이 그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다는 주장이 삽시간에 퍼졌다. 국민의힘 대변인까지 이를 인용해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의혹의 근거가 된 댓글 이미지는 조작된 것이었다. 국민의힘도 “팩트, 사실관계 점검이 좀 부족했던 부분”이라고 사과 입장을 냈지만, 어제 문 권한대행의 집 앞에서는 “야동 판사 사퇴하라”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경찰에 접수된 관련 신고는 211건에 달한다고 한다. 공소시효마저 지난 2009년의 상황을 두고 또 어떤 황당한 가짜뉴스가 파생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이후엔 “경찰이 시위대에 난입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거나, “기자가 폭동을 주도했다”는 음모론이 나왔다. 일부 극우 유튜버의 황당무계한 주장 같았지만, 허위 정보가 정치권을 거쳐 확대 재생산됐다.

지난 15일 광주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서는 윤 대통령 부부의 딥페이크 영상이 논란이 됐다. 한 단체가 속옷을 입은 윤 대통령과 수영복 차림의 김건희 여사가 나오는 조작 영상을 반복해서 재생했다. 대통령실은 “조롱을 넘어선 심각한 인격 모독과 인권 침해”라는 입장을 냈다.

가짜뉴스는 국경을 넘나들 정도로 과감하다. 우파 성향 매체의 한 기자는 “12·3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이 중국인 간첩 99명의 신병을 확보했고, 이들이 선거 개입 혐의를 자백했다”는 가짜뉴스를 보도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허위 정보와 관련된 선관위, 주한미군, 경찰이 모두 부인하는데도 ‘정보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가 지지 세력 일각에선 여전히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탄핵심판 변론에서도 인용돼 국제뉴스가 되기도 했다.

가짜뉴스는 쉽게 만들어지지만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태블릿PC가 조작설에 시달렸던 게 대표적이다. 조작설이 허위라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어도 일부 세력은 잘못된 의구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짜뉴스로 돈을 벌 수 있는 SNS의 시대엔 그 중독성이 더욱 치명적이다. 정치권과 정부 당국이 보다 엄정하게 가짜뉴스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이해 관계자들도 무비판적인 수용 자세는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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