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미 기업들은 "기반 약화될 것" 비판
"연말 소비자물가 2%p 오를 것" 전망도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 열린 미 유명 자동차 경주대회에 참석해 경례하고 있다. 데이토나비치=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상호 관세 부과' 엄포를 놓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제권이 쏟아내는 보복 경고도 개의치 않는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러나 무리한 관세 전쟁이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신만만 트럼프
![]()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州)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팜비치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4월 상호 관세 부과 개시 방침을 재확인했다. EU가 보복을 검토하고 있다는 질문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결국 그들(EU)만 다칠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러나 미국 산업계는 불안해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그간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무역 규정 개편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살충제 규제 강화를 검토하는 중이다. 유럽 농가에선 사용이 금지됐지만 수입품에는 허용했던 살충제를 규제해 대두 등 미국 농산물 수입을 억죄겠다는 것이다. FT는 "상호 동등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트럼프식 무역 정책을 본뜬 조치"라며 "수입 축산물에 적용되는 동물 복지 기준 강화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역국별로 대(對)미국 관세율을 파악해 상응 세율을 책정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계획이 너무 복잡해 미국 수입업체 업무에 혼선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미국 교역국은 최소 150개국에 달하고 수입 품목도 수천 종에 이른다. 천문학적인 데이터 검토 작업을 두고 미국 국제무역 전문 변호사인 테드 머피는 뉴욕타임스(NYT)에 "헤라클레스급 과제"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본인이 가장 큰 불확실성"
![]() |
미국 농부들이 지난 11일 캘리포니아주 툴레어에서 열린 세계 농업 엑스포에 참석해 농기계 등을 살펴보고 있다. 툴레어=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소비자물가 역시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관세 여파로 올해 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약 2%포인트 급등할 것이라는 분석(폴 애시워스 미국 캐피털 이코노믹스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 기준)이 2.6%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12월엔 4.6%까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연 물가 상승률 2% 미만'을 목표로 금리를 조정해 온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원자재·부품 값 상승 또한 미국 경제가 부담을 느끼는 지점이다. 그간 개발도상국에서 값싸게 들여오던 화학 제품, 플라스틱, 섬유, 고무, 농산물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 설령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공장 미국 복귀' 구상이 현실화하더라도 공급망이 악화돼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전자산업 무역협회인 IPC의 존 미첼 회장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새로운 관세는 미국 전자산업 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며 공개 반발했다.
가장 심각한 불확실성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다.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무엇이 협상 전술인지 명확하지 않은 오락가락 행보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미국 기업들도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크리스틴 맥대니얼 조지메이슨대 메르카투스센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협상용'으로 사용돼) 다른 국가들의 시장 개방을 끌어내는 경우에만 무역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