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2 (토)

"안 변하면 바보"... '서울 집주인' 표심 공략 나선 '이재명표 상속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李 "28년째 기준 유지, 세금 늘어나"
상속세 공제 10억→18억 추진
文 정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서울 패배' 학습
기업인 상속엔 반대 "초부자 특권 감세"
2월 처리 목표… 與도 "얼마든지 할 의사"
경제 부각한 이재명 "집권 시 코스피 3000"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제 우클릭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엔 '상속세 승부수'를 띄웠다. 이재명표 상속세 완화 카드는 '수도권의 대다수 중산층이, 집을 팔지 않고 상속이 가능한' 수준으로 상속세 공제 한도를 높이는 게 골자로, 서울에 집 한 채를 가진 중산층에게 구애하려는 전략이다. 진보 진영 내부서 비판이 일자 이 대표는 "상황이 바뀌었는데 변하지 않으면 바보" "감세가 아니라 증세를 막자는 것"이라며 정면돌파 태세다. 국민의힘이 가짜 우클릭 비판에 나서자 이 대표는 "경제는 민주당이 낫다"며 경제 프레임 선점으로 역공에도 나섰다.

李 "중산층 증세 막자는 것"… 부자 감세는 반대


주말 사이 상속세 카드를 띄운 이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상속세 완화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집값 상승을 따라 잡지 못한 채 그대로 유지되는 과표구간을 바로잡아 조세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상속세 면세 기준이 만들어 진 지 28년이 지나, 그사이 물가도 집값도 올랐는데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니까 세금이 늘어났다"며 "감세를 해주자는 것이 아니고 증세를 막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상속세 개편은 사실상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중산층'이 타깃이다. 현재는 배우자가 살아 있을 경우 '배우자 공제' 5억 원과 '일괄 공제' 5억 원 등 총 10억 원을 공제한 뒤 세금을 계산한다. 이 대표는 이를 배우자 공제 10억 원, 일괄 공제 8억 원 등 총 18억 원으로 높이는 안(임광현 의원 안)을 공개 거론했다. 민주당이 배우자 공제를 더 큰 폭으로 늘린 것은 부부가 재산 형성에 공동으로 기여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여기에는 지난 2022년 대선 패배의 학습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의 집값 상승, 여기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 강화가 서울 표심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대선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시내 14개 구를 윤 대통령에게 내줬는데,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 외에 이른바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 벨트'가 대거 포함됐다. 이 대표가 이들을 향해 "중산층에서도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늘었다"고 구애하면서, 전 정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현행 공제 기준이 28년째 유지된 '낡은 제도'라는 데도 주목한다. 이 기간 물가와 주택가격이 상승하며 증세 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 전체 사망자 중 상속세 납부 대상자는 1997년 당시 1% 수준에서, 2023년 기준 6.8%까지 늘어났다.

대신 기업인 등 '부자'의 상속세 감세에는 선을 긋는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에 대한 주식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 기업인들이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줄 때 세금을 줄여주는 방안이 대거 반영됐다. 이 대표는 "극심해지는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소수 '초부자'들을 위한 특권 감세"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최고위에서도 "재벌이나 초부자들은 세금을 다 깎아줬는데 월급쟁이들은 실제 소득은 늘지 않고 세금만 늘어난 것"이라며 "이런 것을 고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한국일보 그래픽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사봉 쥔 국민의힘 "민주당이 논의 회피"


민주당의 상속세법 처리 목표 시한은 2월이다. 관건은 세금 문제를 관장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의사봉을 쥔 국민의힘의 의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중산층 감세 외에 정부가 제출했던 기업 상속 감세까지 함께 주장하고 있어, 입장차가 크다. 다만 기업인 상속 감세만을 계속 주장하다가 자칫 부동산 표심을 외면한다는 비판에 빠질 수 있는 만큼, 무작정 버티기도 쉽지 않다. 국민의힘 기재위 관계자는 "최고세율 조정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고 공제 한도 조정도 논의를 하자는데, 논의 대상에도 올리지 않았던 게 민주당"이라며 "지금이라도 논의하자고 하면 되는 것만이라도 얼마든지 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신 "우클릭 하는 척만 하면 되니 일단 던지고 보는 식"(권영세 비대위원장)이라며 이 대표의 경제 우클릭을 꼬집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2월 임시국회에서도 민주당이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이 대표는 '불법 계엄 사태 이후 2,600대로 고꾸라진 코스피 지수를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로 상승시키겠다'는 경제 부흥 공약까지 내걸며 "경제 문제에 관해선,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낫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