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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의 주인공 미키 반스를 연기한 배우 로버트 패틴슨.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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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을 프린팅하는 기계가 있고, 그 둘이 하나의 정신을 공유한다면 둘은 같은 인간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두 존재일까. 심오한 철학적 질문으로 가득하면서도 특유의 웃음이 가득한 영화 한 편이 극장가를 찾는다. 이 영화의 감독은 21세기 전 세계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봉준호 감독이다.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수상한 봉 감독의 신작 '미키17'이다.
봉 감독의 8번째 장편영화이자 6년 만의 신작인 '미키17'이 오는 28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정식 개봉한다. 17일 언론 시사회에서 모습을 드러낸 '미키17'을 미리 살펴봤다.
영화 주인공은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패틴슨이 열연한 미키 반스다. 그는 '소모용 인간'을 뜻하는 익스펜더블 계층으로, 사회 하층민이다. 그는 죽더라도 되살아나는 불멸의 존재인데, '휴먼 프린팅'을 통해 새 몸을 만들면 전임자의 기억을 주입받아 이전의 생을 다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행성 개척 과정에 투입된 익스펜더블은 위험한 임무에만 투입되고 노동현장에서 하찮게 대해진다.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연금, 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서도 제외된다. 죽더라도 다시 살아나면 되기에 막 부려 먹기에 좋은 인물이다.
영화 속 미키 반스는 '미키17'으로 불린다. '16번 죽어봤고 이번은 17번째 미키'란 뜻이다. 그는 임무 수행 도중 얼음 동굴에 추락하면서 고립된다. 그는 살아 있었지만, 상부는 미키17이 죽었다고 판단하고, 18번째 미키인 미키18을 프린팅한다. 두 명의 미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상부에 발각되면 둘은 죽음이 불가피하다. 둘은 상대를 죽여야만 본인이 살아남을 수 있기에 쟁투하지만 결국엔 상호 공존을 택한다. '들키지 않고 살아남기'는 둘의 지상과제가 된다.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미키17'은 봉 감독의 오랜 주제였던 계급적 불평등과 인간의 생존, 그 안에서 싹트는 유머 코드가 고스란히 이어졌다. 미키 반스가 최하층 노동자인 익스펜더블에 지원한 과정도 마카롱 가게를 개업하며 끌어다 쓴 사채빚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봉 감독의 전작 '기생충' 속 문광 부부의 카스텔라 가게를 연상시킨다. 우주 행성 개척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외계 생명체 '크리처'와의 갈등을 통해 포스트 식민주의란 영화적 주제도 구현됐다. 미키 반스의 '두 개의 신체'는 한 인간의 정체성을 질문하고, 인간의 기억은 얼마나 유한한가의 질문도 함께 담았다. 철학적 사유가 가득하지만 어렵지 않고, 진지함과 가벼움을 넘나드는 봉 감독만의 연출적 함수가 꽉 차 있다.
봉 감독의 SF영화란 점에서 '설국열차'와 '옥자'를 연상시키는 대목도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영화는 인물이 처한 상황과 새 행성의 크리처를 설명하는 데 꽤 공을 들이다보니 중반부에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진지한 내용의 영화를 만인이 즐길 수 있는 영화로 각색하면서 어색한 장면도 발견된다. '미키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원작 삼았는데 후반부 내용이 다른 점도 관전 포인트다.
영화 흥행과 비평적 성취를 가늠하는 해외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미키17' 신선도지수는 86%인 상태다(한국시간 17일 오전 기준). 낮은 점수는 아니지만 봉 감독에 대한 시네필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엔 만족스러운 점수라고 보긴 어렵다. 참고로 '기생충'의 로튼토마토 신선도지수는 현재 99%다. 그러나 '86%'란 점수를 준 해외 평론가와 언론인들의 리뷰를 살펴보면 극찬과 호평이 대다수다.
'미키17'의 로튼토마토 지수에는 현재까지 28명이 전문가 리뷰에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5점 만점에 4점 이상,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을 준 평론가가 적지 않다. 데이비드 오피 평론가는 '미키17'에 만점인 '5점'을 주면서 "봉준호는 21세기 최고의 영화감독이라는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평했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은데 "심각한 실망"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진다"는 문구도 있다. 국내 개봉 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영화는 한국 시사회 이틀 전인 15일(현지시간) 베를린영화제에서 개막했다. 영화제에 참석 중인 봉 감독은 "인간 프린팅이라는 개념에 매료됐다. 그 자체로 이미 비인간적이고 슬픔과 코미디가 함께 있는데 그 속에서 어떤 드라마를 발전시켜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각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베를린영화제 직후 세계 언론은 '미키17'을 높이 평가하는 중이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영화 '기생충' 이후 오랜 기다림에 답한 봉 감독의 신작은 그 독특함이 뿌듯할 정도"라고, 인디와이어는 "봉 감독의 영어 영화 중 단연코 최고이자 가장 밀도가 높다.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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