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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20일 오후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김용직 위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합리적 보수? 아직 사라지지 않았어요. 아주 소수지만, 그래도 이렇게 남아있어야 해요.”
김용직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에게 “보수가 계엄과 내란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 합리적 보수가 사라진 게 아니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인권위원 11명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용직 위원은 윤 대통령의 방어권만을 옹호한다는 논란 끝에 전원위에서 6대4 표결로 통과된 ‘계엄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 결정문에 대한 반대의견을 17일 개인 명의로 인권위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이날 다수의견으로 구성된 결정문과 위원들의 반대의견, 보충의견을 취합해 헌법재판소와 각 법원, 수사기관에 송부했다. 김용직 위원은 지난 3월 조희대 대법원장의 추천과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으로 3년의 비상임위원 임기를 시작했다.
김 위원은 반대의견에서 “대통령이 사회적 약자라고는 보기 어렵고, 많은 변호사들이 선임된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국가인권위가 나선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실질적인 법치를 위한 기관인 국가인권위가 이 사건과 같은 정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은 사안에 대해 단순한 다수결로 의결하여 의견을 개진한다는 것은 국가인권위법의 기본적인 정신에도 반한다”고도 했다. 보수적 성향에도 반대의견을 낸 배경을 추가로 듣기 위해 17일 김용직 위원과 전화로 짧은 인터뷰를 나눴다.
이날 인권위 결정문에는 남규선·원민경·소라미 위원 3인 명의의 반대의견과 김 의원의 반대 의견이 각각 담겼다. 김 위원은 “세 분의 인권위원이 낸 반대의견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헌법재판소 심리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했다. 다만 그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김 위원의 반대의견은 2쪽으로, 다수 의견과 다른 위원들의 반대·보충 의견들이 20쪽을 넘는 것에 견줘 함축적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법리적인 것을 표출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독립성이 요구되는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에 법리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인권위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의미다.
김용직 위원은 보수 성향을 보여주듯 군인들의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6 폐지 등에는 표결 때 반대에 손을 들었다. 지난해 12월23일 열린 전원위에 상정된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및 의견표명의 건’(비상계엄 직권조사의 건)에 대해서도 김용원·이충상 위원과 함께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은 “공수처와 검찰·경찰이 수사를 하는 사안인데 굳이 인권위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비상계엄 조사를 반대한 처지에서 더더욱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옹호하는 안건에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서에서는 ‘자가당착’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더군다나, 계엄 관련해서 직권으로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개진하던 분들이 대통령의 계엄과 관련한 대통령의 인권에 대하여 직권으로 의견을 내겠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 할 것이다.”
김용직 위원은 짧은 인터뷰에서 말을 극도로 아꼈다. 안창호 위원장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다른 여러 질문에도 “변협 인권위원장 출신으로서 자기 도리를 잘하자는 입장일 뿐”이라고 했다. 거듭 질문을 하자 반대의견에 다 있으니 그걸 보라고 했다. 다음은 김용직 위원의 반대의견 전문.
<인권위원 김용직의 반대의견>
국가인권위가 설립된 취지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대통령이 사회적 약자라고는 보기 어렵고, 많은 변호사들이 선임된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국가인권위가 나선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가사 대통령이 탄핵재판이나 형사재판에서는 약자라고 볼 수 있다고 하여도, 본인이 진정하지도 않는데,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인권위가 직권으로 의견을 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더군다나, 계엄 관련해서 직권으로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개진하던 분들이 대통령의 계엄과 관련한 대통령의 인권에 대하여 직권으로 의견을 내겠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계엄 자체에는 찬성하지 않고 더 나아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면서, 계엄 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 없이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관련 방어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할 것이다.
나아가, 국가인권위는 인권의 최후 보루이지, 헌법재판소, 법원, 검찰의 법 적용을 지도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관련 기관에 법 적용과 관련한 의견을 훈수를 두듯이 표명하는 것은 이 점에서도 적절치 못하다 할 것이다. 인권과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인권의 침해가 있다는 점이 명백한 경우라야 가능한데, 현 상황이 그렇다고는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판 진행에 일부 적절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된다 하여도, 가장 강한 독립성이 요구되는 헌법재판소와 사법부를 상대로 법 적용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국가인권위법에서도 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에 대한 진정은 각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가인권위가 직권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 사건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것은 이미 밝힌 바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불구속 원칙을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직권으로 의견 표명을 한 적이 없는 국가인권위가 비록 그것이 일반적인 법 원칙이라고 하여도 당사자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와 같은 의견을 직권으로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기초적인 법 원칙을 국가인권위가 최고법원에 굳이 의견으로 개진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 할 것이기도 하다.
또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그 과정에서 설시한 내용은 결론과 서로 일체를 이루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유의 많은 부분을 적절치 못하다고 삭제하면서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절차적으로 대통령의 방어권 보호를 위한 의견 표명을 하는 사건에서 느닷없이 다른 특정인인 박성재 법무부장관의 탄핵 소추에 관한 의견을 추가하는 것 역시 매우 부적절하고, 부적법하다. 청구의 기초가 같다고 강변하나, 청구 자체가 없는 사건인데, 무슨 청구의 기초가 같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국가인권위 사건은 민사나 행정 사건과는 달리 엄연히 대상 주체가 달라지면 별개의 다른 사건이라고 취급하는 점에서도 갑자기 추가한 부분에 대해서 추가 의견을 개진하는 것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리고, 남용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하여도, 가정적인 경우를 상정해 그와 같은 경우 각하하여야 한다는 기본적인 법 이론을 최고 법원인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권고의 의견으로 표명하는 것 역시 이미 누누이 밝힌 바와 같이 매우 부적절하다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실질적인 법치를 위한 기관인 국가인권위가 이 사건과 같은 정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은 사안에 대해 단순한 다수결로 의결하여 의견을 개진한다는 것은 국가인권위법의 기본적인 정신에도 반한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 인권위원들의 견해에 반대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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