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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우주 굴기? 우주 민폐!"… 필리핀, 중국 로켓 잔해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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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궤도 위성 전용 운반 로켓 창정-8A 발사
필리핀 우주국 "선박·항공기 주의하라" 경고
낙하 관련 정보 주변 국가에 투명 공개 안 해
한국일보

11일 중국 남부 하이난성 원창우주발사센터에서 저궤도 위성 전용 운반 로켓 '창정-8A'가 발사되고 있다. 하이난=EPA 신화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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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우주로 발사한 로켓 잔해 때문에 필리핀 등 인근 국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우주 쓰레기’가 사전 통보나 정보 공유, 안전 조치 없이 무차별적으로 주변국 해역에 떨어지면서 불안과 위험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필리핀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 등에 따르면 필리핀우주국(PhilSA·우주국)은 중국이 저궤도 위성 전용 운반 로켓 창정-8A를 발사한 지난 11일 필리핀 팔라완주(州)와 바실란주에 최고 경계 태세령을 내렸다.

우주국은 중국 로켓 발사 소식을 전하며 파편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남중국해 스플래틀리 군도에 위치한 이로쿼이 암초(중국명 허우텅자오)와 팔라완섬 푸에르토 프린세사 인근 해역에 낙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주거 지역에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상 선박과 항공기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로켓 잔해에 연료 잔여물 등 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을 수 있는 만큼 회수하거나 가까이 접촉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2022년 8월 필리핀 옥시덴탈 민도로주 앞바다에서 필리핀 해안경비대 관계자들이 중국 로켓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를 육지로 옮기고 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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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로켓 잔해가 필리핀 영해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필리핀의 대응은 인근 국가들이 중국 ‘우주 도약’ 이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에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은 2030년까지 유인 우주선을 통해 달에 사람을 보내고 우주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 아래 우주 굴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한 해에도 두세 차례씩 화물 우주선과 로켓을 쏘아 올린다. 그 과정에서 대기권에서 전부 소각되지 못한 발사체 잔해가 지상에 낙하한다.

그러나 발사체 잔해가 안전한 곳에 떨어지도록 유도하고, 해당 지점에서 이를 곧바로 회수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은 추락을 방치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잔해 이동 궤적 등 낙하 관련 정보도 주변 국가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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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칼리만탄 서부 지역에서 경찰이 불에 그슬린 채 추락한 중국 로켓 잔해를 살피고 있다.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매체 칼바르의 소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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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중국 창정-5B 로켓 잔해는 2022년 1월과 7월, 11월 세 차례 필리핀 해상에 떨어졌고, 같은 해 7월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주거 지역 인근에서도 발견됐다. 2020년 5월 중국이 발사한 로켓 잔해물이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마을을 덮쳐 건물이 무너지기도 했다.

타우픽 누그라하 인도네시아 항공우주정책센터 소장은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우주 잔해 6개 중 3개가 중국 위성·로켓에서 왔다”며 “중국 로켓은 서구에서 사용되는 일반적인 안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중국이 일부러 우주 쓰레기를 다른 나라에 버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이 바통바칼 필리핀대 해양법 연구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국 로켓 파편 낙하는 다른 국가 수역에 대한 고의적 오염 행위”라며 “필리핀 주권을 침해한 것이자 연안 해역을 위험에 빠뜨리는 무모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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