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6 (일)

[사설] 국민의힘 수렁으로 모는 권영세 선 넘은 내란 옹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도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전 대표가 바로 ‘위헌이고 위법’이라고 얘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한 전 대표가 계엄 당시 위헌·위법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계엄 해제에 나섰으며, 자신은 계엄 해제에 찬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2·3 계엄 선언이 합법이라는 말인가. 그것이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인가. 선을 넘었다.

12·3 계엄의 위헌·불법성은 당시에도 이미 충분히 명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시나 그에 준하는 사태가 아닌데도 실질적 국무회의 심의와 대국회 통보도 없이 계엄을 선포했다. 무엇보다 계엄 상황에서도 결코 제한할 수 없는 국회의 정상적 활동마저 중단시키려 했고, 실제 군과 경찰을 국회에 투입했다. 계엄 선포 당시 이런 문제점이 너무도 뚜렷했고, 온 국민이 계엄군의 국회 침탈을 지켜봤다. 누구라도 헷갈릴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법조인 출신인데다, 오랜 정치적 경륜을 지닌 권 위원장은 합헌·적법하다고 봤단 말인가.

만약 당시 야당과 여당 친한동훈계 의원들이 신속히 계엄 해제를 의결하지 못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겠는가. ‘명단’에 오른 정치인들이 대거 체포되고, 국회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가 들어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요인 수거·사살’ 방안을 담은 노상원 수첩의 지옥도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런 상황을 우리 국민들이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겠는가.

이런데도 권 위원장은 계엄 해제에 투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50% 가까운 분이 헌재를 신뢰하는 게 신기하다”며 헌재를 흔들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도 “대통령도 투표 과정에 의문을 가질 정도라면 한번 철저한 리뷰가 필요하다”며 여지를 뒀다.

권 위원장은 이전까지 국민의힘 안에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여당 대표로서 대국민 사과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런 권 위원장이 지금 이런 주장을 펴는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극우 세력 결집에 보수정당이 편승하려는 건 소탐대실이자, 바로 앞만 보는 것이다. 오히려 당을 추스르며 건강한 보수정당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것이 지금 권 위원장의 역할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