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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수)

신선 과일 선별·소비 패턴 분석…백화점·대형마트도 ‘AI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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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과일 매장에 판매하는 수박과 참외. 인공지능 선별 시스템을 통해 품질을 검증했다. 롯데쇼핑 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커머스(온라인 유통업체)에 밀려 고전 중인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돌파구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머신러닝으로 고품질의 신선식품을 선별하거나, 소비자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초개인화’ 마케팅을 펼친 사례들이 속속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공지능 활용 역량이 성장 정체에 부딪힌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활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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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도 높은 과일 식별에도 AI 활용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식별에 인공지능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당도 높고 품질 좋은 과일을 골라내는 데 사용하는 ‘인공지능 선별 시스템’이 그런 사례다. 롯데마트는 “고르지 않아도 실패 없는 신선식품”을 목표로 지난 2022년 과일 품질을 가려내는 인공지능 기술을 고안해냈다.



핵심은 ‘육안이나 사람의 감’에 의존하지 않고, 상태 좋은 과일을 판별해내는 딥러닝 기술이다. 엑스레이를 촬영하듯 10개의 렌즈에서 근적외선을 쏴 대량의 화상 데이터를 얻고, 딥러닝 기술로 이 데이터를 분류해 이미지를 분석한다. 중량·당도·수분 함량과 후숙도까지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까보지 않고도 내부 갈변, 과숙 등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롯데마트는 2022년 멜론을 시작으로, 3년 동안 사과·천도복숭아·수박·참외 등 모두 9가지 과일을 인공지능으로 선별하고 있다. 샤인머스킷은 송이에 달린 알맹이 외형을 분석해 16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지닌 상품만 선별해냈다. 수박은 8개 각도에서 수박 겉면을 촬영해 부피를 구한 뒤 측정한 중량을 활용해 밀도값을 산출했다. 밀도값이 낮은 수박은 덜 익었거나 비어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당도 11브릭스 이상만 선별했다.



3년에 걸친 ‘인공지능 과일검증’ 결과는 유효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마트의 인공지능 선별 과일 매출은 도입 3년 만에 4배 늘어 100억원을 넘어섰고, 고객 불만 건수는 도입 이전과 비교해 30%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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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 AI 활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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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뷰티 고객은 스파 브랜드 구매’ 도출





인공지능을 활용한 ‘초개인화 마케팅’은 더는 이커머스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점포별로 고객 구매 패턴을 구체화해 ‘타깃 마케팅’을 펼치는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 곳은 다른 점포보다 뷰티 분야 매출 비중(11.1%)이 높은 신촌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 신촌점 고객의 소비패턴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뷰티 상품 구매 고객은 스파(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나 스포츠 브랜드의 연계 구매율이 높다’는 결과값을 얻었다. 이에 기반해 최근 6개월간 뷰티 카테고리 상품만 구매한 뒤 신촌점을 떠난 고객들이 점포를 재방문할 때 ‘스파·스포츠 브랜드를 구매하면 추가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는 안내 메시지를 보냈다. 그 결과 지난해 10∼11월 두달간 뷰티 카테고리 고매 고객의 객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13%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백화점은 인공지능 기술 기반 개인별 맞춤형 마케팅(‘데이터 마케팅 2.5’)을 올해부터 다른 점포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점포에 확대 적용하면 오프라인 리테일에서도 개인별로 맞춤형 마케팅을 제공하는 ‘딥리테일’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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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고객이 AI 조향사에 향수를 추천받고 있는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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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리뷰 급증하면 바이어에 긴급 알람





이마트는 상품 판매 뒤 쏟아지는 고객들의 반응을 유의미한 데이터로 추출하는 데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초 ‘이-트렌드’(e-Trend)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이 이마트 앱과 쓱(SSG)닷컴에 남기는 상품평과 고객가치센터에 접수되는 상품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이-트렌드’ 시스템의 강점은 고객의 개별 반응에서 유의미한 열쇳말과 증감 추이를 포착해내고, 신속하게 피드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은 하루 평균 3만개, 월평균 80만개에 이르는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리뷰 열쇳말과 부정리뷰의 증감 추이를 보여준다. 특히 부정 리뷰가 크게 증가할 때는 담당 바이어에게 긴급 알람이 간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트렌드는 판매 이후 이뤄지는 마지막 단계를 고도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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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매장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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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AI 활용은 걸음마 단계





국내 유통기업의 인공지능 도입은 다른 업계에 비교해선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유통산업 인공지능 활용전략’을 보면, 국내 유통산업 전반의 인공지능 활용률은 3% 미만에 그쳤다. 정보통신(19%), 금융보험(12.7%) 등에 크게 뒤처지는 수치다.



그만큼 유통업계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여지가 크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산업부 보고서는 “밸류 체인이 복잡하고 인력 투입 비중이 높은 유통산업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효율화·최적화로 비용절감과 매출증대를 노릴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난 몇년동안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면, 이제는 마케팅·매장관리·물류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 기술을 내재화해야 할 단계”라며 “마트와 백화점도 인공지능 기술로 성과를 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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