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안보회의 참석 위해 獨으로
총리보다 극우 AfD 대표 먼저 만나… “23일 총선 앞 선거 개입” 비판 불러
극우 국정참여 불허 ‘방화벽’도 언급
佛 르몽드 “이데올로기 전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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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D 밴스 미국 부통령(가운데)이 14일 독일 뮌헨에서 미국 워싱턴으로 귀국하는 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2’에 탑승하기 전 보안 담당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뮌헨=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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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14∼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혐오 발언 규제를 통해 극우세력의 부상을 막으려는 유럽 주요국을 향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4일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 대표와도 회동하며 유럽 극우세력을 지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인자인 밴스 부통령이 23일 총선을 실시하는 독일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보다 바이델 대표와 먼저 양자 회동을 하자 “노골적인 선거 개입 겸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일론 머스크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바이델 대표와 동영상 회담을 가졌다. 당시 머스크도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밴스 부통령의 발언을 두둔하며 “유럽은 표현의 자유를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유럽에 ‘이데올로기 전쟁’을 선포했다”고 진단했다.
● 밴스 “극우정당 지지 여론 무시 말라”
밴스 부통령은 이날 “유럽의 최대 위협은 러시아도, 중국도 아닌 ‘내부’에서 온다”라며 유럽이 민주주의 근본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신들이 공론장에서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극우 사상이나 혐오 발언을 규제하지 말라는 뜻을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특히 “구시대적 기득권층이 ‘허위 정보’나 ‘잘못된 정보’ 같은 소련 시대의 낡은 용어를 내세워 검열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의 예로 스웨덴의 꾸란(이슬람 경전) 소각 시위자 체포 등을 꼽았다.
뮌헨안보회의는 지난달 20일 취임한 밴스 부통령이 참석한 첫 번째 해외 주요 행사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밴스 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구상을 밝힐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극우세력을 옹호하는 데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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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밴스 부통령은 독일 정치권이 AfD를 노골적으로 배척하는 점을 지적하며 “민주주의는 민심이 중요하다는 신성한 원칙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 여론조사에서 AfD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에 이은 2위를 달리고 있다. 밴스 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독일 유권자가 AfD를 지지하는 만큼 이를 도외시하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유대인 학살 등을 자행한 나치의 어두운 역사를 지닌 독일의 주요 정치인들은 밴스 부통령의 발언에 거세게 반발했다. 밴스 부통령에 뒤이어 단상에 오른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유럽의 상황을 일부 권위주의 정권의 언론 규제와 비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독일 선거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 바이델 회동서 ‘방화벽’도 언급
밴스 부통령은 이날 회의 참석 후 뮌헨의 한 호텔에서 바이델 대표와 만났다. 두 사람이 이른바 ‘방화벽(firewall)’ 등을 주제로 약 30분 대화했다고 AfD 측은 밝혔다.
방화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정계에서 유지돼 온 “극우정당의 국정 참여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일종의 불문율을 뜻한다. 현재는 연정 구성을 위해 AfD 같은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밴스 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도 “방화벽의 자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이 취합한 독일 주요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AfD의 지지율은 18.3%였지만 15일 21.3%로 뛰었다. 같은 기간 기민·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은 3.2%포인트 하락했다. 집권 사회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제자리걸음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3일 총선에서 AfD의 약진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숄츠 총리는 15일 X를 통해 “우리가 정당한 이유로 협력하지 않는 당(AfD)에 다른 사람(밴스)이 협력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단호히 거부한다”고 반박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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