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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웅장한 ‘빨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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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개최

서울시향, K팝 17곡 편곡해 연주

‘어크로스 더 월드’ 앨범도 발매

동아일보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에서 레드벨벳 웬디가 서울시향의 오케스트라에 맞춰 노래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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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맛. 궁금해 허니.”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는 없었다. 음악은 분명 걸그룹 레드벨벳의 ‘빨간 맛’인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만 무대를 가득 채웠다. 묵직한 관악기가 노래 전반부를 이끌어 가더니, 후렴구는 풍부하고 화려한 현악기가 우아함을 더했다. 여기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피아노는 원곡의 상큼함을 돋보이게 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클래식·재즈 레이블인 ‘SM 클래식스’가 서울시향과 함께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를 개최했다. 14일 예술의전당,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이틀간 진행됐다. SM 창립 30주년과 서울시향 창단 8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2020년 설립한 SM 클래식스는 지난달 자사 K팝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정규 앨범 ‘어크로스 더 월드(Across the World)’를 발표했다. 이날 연주회는 해당 음반을 실연한 첫 번째 무대다. 사회자를 맡은 ‘샤이니’ 민호는 “현 시대 최고 작곡가들과 협업한 결과물인 K팝이 클래식 어법을 만나 새롭게 탄생한 음악”이라며 “SM은 앞으로도 클래식과 K팝의 경계를 넘나들겠다”고 말했다.

15일 공연은 최근 주목받는 ‘MZ세대 지휘자’ 김유원(37)의 지휘 아래 서울시향이 대중에게 익숙한 K팝 17곡을 연주했다. 엑소 ‘으르렁’은 타악기들을 활용해 원곡의 박진감 넘치는 느낌을 강조했다. 현악기가 어우러지며 신비로운 애니메이션 주제가 같은 느낌도 선사했다. 에스파 ‘블랙맘바(Black Mamba)’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들으니 원곡의 사이버틱함은 옅어진 대신 SMP(SM 퍼포먼스) 특유의 비장함이 도드라졌다. NCT 드림 ‘헬로 퓨처(Hello Future)’에 사용된 파이프 오르간은 희망을 노래하는 원곡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몇몇 곡은 클래식 샘플링이 삽입돼 색다른 즐거움을 더했다. 동방신기 ‘라이징 선(Rising Sun)’엔 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을, 샤이니 종현 ‘하루의 끝’에는 드뷔시 ‘달빛’을 사용했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클래식은 한 곡이 수십 분씩 이어져 자칫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기존 곡 분량(3∼5분)을 유지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 좋았다. 레드벨벳 멤버 웬디가 무대에 올라 솔로곡 ‘라이크 워터(Like Water)’ 등 3곡을 오케스트라에 맞춰 부른 것도 인상적이었다.

SM 클래식스는 이번 무대를 계기로 공연 및 악보 지식재산권(IP) 사업을 더 활발히 펼칠 계획이다. SM 클래식스 문정재 대표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세계 팬들에게 SM 클래식스 콘서트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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