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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4 (월)

KIA 시즌권이 제일 싼 게 말이 돼? KBO는 왜 인기팀 티켓 가격을 못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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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IA 티켓이 제일 싸다니...

시장 경제에서는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 따른다. 찾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리하게 가격을 올려서는 안된다. 파리만 날린다.

사실 이 시장 경제 논리가 가장 잘 통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프로 스포츠 무대다. 팬심은 냉정하다. 흥미로운 곳엔 몰리고, 재미가 없을 것 같은 곳에는 가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 메카 미국은 일찍부터 '차등 정책'이 시행돼왔다. 인기 스포츠 야구, 농구 다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 대부분 구단들은 전국구 인기팀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원정팀으로 오면 티켓 가격을 엄청나게 높인다. LA 다저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숙명의 라이벌전, 지역 라이벌 매치들도 마찬가지다. NBA 농구도 그렇다.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LA 레이커스, 스테판 커리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의 경기는 티켓 가격이 치솟는다. 미국팬들은 이를 당연시 여긴다. 오래 전부터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 스포츠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KBO리그는 가장 대표적이다. 선수들의 기량도 수준급이고, 경기장 시설도 훌륭하다. 이제 대전까지 최신식 구장이 생기며, 잠실이 가장 낙후된 야구장이 됐다. KBO리그는 지난해 1000만명 관중을 돌파하는 경사를 맞이했다. 젊은 팬들이 늘어나며 야구 선수들은 '아이돌'급의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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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시즌권 판매를 두고 벌써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한다.

경제적, 수익 관점에서 보면 구단들은 이런 찬스를 놓치면 안된다. 구단은 자선 단체가 아니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품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한다. 수요가 몰리면 티켓 판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키움 히어로즈의 새로운 티켓 판매 정책들은 참신하다. 키움은 국내 유일의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을 홈으로 사용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여름철 야외에서 야구 보기가 너무 힘든데, 고척돔은 쾌적하다. 그 강점을 이용해 하절기에만 티켓 가격을 10%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다면, 최근의 젊은 팬들은 인상안에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원정팀 팬들을 배려함과 동시에, 고정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도 출시했다. 원정팀 팬들이 고척돔에서 열리는 응원팀 경기를 시즌 내내 같은 자리에서 관전할 수 있는 '원정팀 시즌권'이다. KBO리그 최초의 사례다.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키움은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주중, 주말 차등 요금을 적용한 팀이기도 했다. 그런데 원정팀 시즌권을 보면 눈에 띄는 게 구단별 가격이 다르다. 가장 저렴한 버건디석 기준, KIA 타이거즈 티켓은 12만7400원에 구입이 가능한데 KT 위즈는 23만2500원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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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주중, 주말 그리고 하절기와 비하절기 기준으로 나누다 보니 이런 가격이 책정됐다. KT는 하절기, 주말 경기가 많다보니 가격이 비싸지는 것이다. 반대로 KIA는 주중, 비하절기 경기가 많이 9개 구단 중 가장 싸게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KIA는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이자 KBO리그 최고의 전국구 인기팀이다. KIA만 오면, 원정이라도 수도권 경기장들이 들끓는다. KIA라는 좋은 파트너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요일과 계절 단순한 기준 말고 인기팀 프리미엄을 고려해 티켓 가격을 더 높이는 게 키움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KIA는 주중 경기도 경기장을 꽉 채울 수 있는 티켓 파워를 갖춘 팀이다.

반대로 KT는 미안한 얘기지만, 고척돔에서 관중 동원력이 다른 인기팀들에 비해 떨어진다. 그럼 가장 비싸게 책정할 게 아니라, 가격을 낮춰 '박리다매' 전법을 쓰는 게 유리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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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첫 발을 떼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2013년 중반 두산 베어스가 이와 같은 티켓 판매 정책을 발표했다가 바로 철회했다. A등급 인기팀에 들지 못한 구단의 항의도 있었고, 당시에는 구단이 돈을 벌려는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항의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KBO리그 구단들도 이제 상대팀별 티켓 가격 책정 등,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찾아도 될 시기가 온 듯 하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최근 몇 년간, 이 팀이 왔을 때는 팬들이 이만큼 많이 왔고 이 팀은 적게 왔으니 이 기준으로 차등을 두겠다고 하면 막무가내로 싫은 소리를 할 수도 없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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