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7 (목)

일단 때리는 트럼프식 협상… "뻔한 전술"vs"진지한 정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관세폭탄 지시 후 유예기간 줘
상대국 양보안 찾거나 선물 공세
트럼프식 관세 대다수 시행 안돼
CNN "물지 않고 짖기만" 혹평
일각선 "진지한 세수 확보 정책"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87년 저서 '협상의 기술'로 13주 연속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웠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출범 이후 관세로 위협하고 나중에 대화하는 특유의 협상 방식을 다시 꺼내 들었다. 해외 파트너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백악관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이러한 협상이 오래 갈 수 없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먼저 때려 기한 주고 협상 시작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한 트럼프는 이달 1일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통제를 이유로 멕시코·캐나다·중국에 10~25%의 보복관세를 지시했다. 그는 지난 10일에는 미국에 수입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13일에는 외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따져 이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알렸으며, 14일에는 수입 자동차에 새로운 관세를 도입한다고 예고했다. 그는 취임 전 대선 공약으로 해외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추가한다고 주장했으나 아직 이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의 위협 대부분은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시행 전날(3일)에 1개월 유예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다음달 12일부터 시행 예정이며 상호관세는 4월 1일 이후 부과된다. 자동차 관세는 4월 2일 발표될 계획이다. 해당 날짜가 부과 계획 발표일인지, 아니면 관세 시행일인지 조차 불확실하다.

해외 정상들은 트럼프가 시간을 주자 저마다 협상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캐나다·멕시코는 즉각 국경 경비 강화 조치를 내놨으며 호주의 앤서니 앨버리지 총리는 11일 트럼프와 전화 통화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트럼프 역시 호주가 미국 물건을 많이 수입해 미국이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며 면세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막대한 선물을 안긴 일본은 15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통해 철강·알루미늄 관세 목록에서 일본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13일 백악관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럼프가 면전에서 인도의 관세 및 양국 무역 불균형을 비난한 가운데, 미국산 무기를 대거 구입하고 교역량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역시 미국과 관세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한국 고위 통상 당국자로는 처음으로 17∼21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무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실제 물지는 않아"

미국 CNN은 13일 보도에서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일단은 물지 않고 짖기만 했다"고 평했다. 14일 미국 뉴욕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트럼프의 연이은 관세 위협에도 불구하고 각각 0.37%, 0.01% 하락에 그쳤으며와 나스닥 지수는 0.41% 상승 마감했다. 미국 투자은행 서드세븐캐피탈의 마이클 블록 시장 전략가는 "트럼프는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한 다음에 다시 되돌린다"고 지적했다. 블록은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다가 그 모든 것이 협상 기술이었음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트러스트자산운용의 키스 레너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럼프가 관세를 다시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이며 그때는 두려워할 정도로 정도가 세거나 급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만만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15일 스위스 UBS은행 폴 도노반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투자자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도노반은 "시장은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자인지, 아니면 만만한 사람인지 판단해야 한다"면서 "일단 지금은 만만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관세 시행을 미루는 것은 '협상'을 위한 기회로 보인다. 이러한 협상은 지금까지는 실속이 없다"고 분석했다.

호주 투자사 맥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도 투자자 보고서에서 "확실히 트럼프의 '관세 열차'가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가 관세를 예정대로 강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4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강행했다. 호주 증권사 쿨라바캐피털의 크리스토퍼 조이 공동 창업자는 14일 호주 매체 파이낸셜리뷰(AFR)에 기고문을 내고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해 허풍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각종 감세 공약 때문에 돈이 매우 부족하다며 관세 정책을 통한 세수 확보에 매우 진지하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