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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인터뷰] 정성장 “한일 동시에 ‘조건부 핵무장’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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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사진=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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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라고 칭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적극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주요국들과의 공식 협의에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당위적인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비핵화는 실질적 목표가 아닌 명분으로만 남고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다시 떠오르고 있는 주장이 자체 핵무장론이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핵균형을 맞춰야 우리 안보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핵무장론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16일 본지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핵무장 시나리오를 내놨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면서 안전하게 핵무장을 하려면 일본과 동시에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규모와 반도체 등 공급망 면에서 한일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지대해 제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아래는 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수립될 것이라고 보는가.
▲전임 조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정상이 만나 타결하는 ‘탑다운’이 아닌 실무 협의에서 올라가는 ‘바텀업’ 방식을 취했다. 일견 자연스러워보이지만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외에 누가 감히 비핵화 결정을 내리겠나. 더구나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인데 실무급에서 타협을 보는 건 불가능하다. 북한 문제만큼은 바텀업이 유용하지 못했던 것이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이제 실현불가능한 목표가 됐다. 물론 미국이 갑자기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겠다고 할 순 없을 것. 한일은 물론 유럽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트럼프 정부 임기 4년 동안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괴리로 인해 고민하다가 결국은 현실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정부마저도 ‘비핵화로 가는 중간단계’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트럼프 정부도 비핵화는 장기적인 목표로, 당위적인 차원으로 둬서 현실적인 접근을 정당화하게 될 것.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건 북미협상에서 스몰딜을 한다는 것인가.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IRBM(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를 요구해서 미 본토와 괌에 대한 위협을 막았다며 성과로 과시할 것이다. 북한은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으니 시험발사 중단으로 기술 발전을 막아놓고, 그 사이 미사일방어체계(MD)를 강화하면 된다는 계산. 미국으로선 자국에 대한 위협 대응이 우선이지, 우리나라나 일본을 위협하는 북한의 전술핵무기는 관심대상이 아니다. 한일이 미국과의 동맹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인 것.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에 탑승하기 앞서 취재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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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장하고 있는 게 ‘조건부 핵무장’인가.
▲조건부 핵무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우리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핵무장은 핵무기 보유가 목적이 아닌 핵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대외적인 명분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

―미국과 국제사회에 핵무장을 설득할 적기는 언제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때부터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돈 낭비”라고 치부해왔다. 심지어 2019년 하노이 노딜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한미연합훈련은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한미훈련을 중단시켰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내부 반대로 물러났는데, 2기 정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제동을 걸 사람이 없다. 북미협상이 시작되면 한미훈련 중단은 물론 주한미군 부분철수 가능성이 크다. 이때 우리는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요구해야 한다.

―미국을 상대로 핵무장을 설득하려면 어떤 카드가 필요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협상 전에 한미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할 것. 분담금을 크게 올리는 대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해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가지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또 미국으로선 한국이 꼭 필요하다. 반도체 공급은 물론 조선업 문제가 크다. 선박 건조와 MRO(유지·보수·운영)가 가능한 건 중국 외에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미국을 설득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 유럽까지도 견제하려하지 않을까.
▲당연히 마뜩치 않아 하겠지만 중요한 건 반대의 수위이다. 먼저 중국은 경제가 아주 좋지 않아 우리나라에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를 취할 정도인데, 핵무장 문제로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악화되면 곤란해 제재에 나서기 어려울 것. 거기다 우리 입장에선 핵무장이 아니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고 역으로 물을 수 있다. 중국이 어느 쪽을 택하겠나. 러시아는 북핵을 가장 먼저 인정하면서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연장을 거부하고 대북제재를 무시하는 내용의 북러 군사협력을 맺은 국가이다.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 유럽은 미국이 용인한다면 강력하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공급 문제도 걸려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요가 커지는 무기 수입도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핵무장을 한다면 당연히 일본도 핵무장에 나설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한일이 협력해 핵무장을 설득해야 할까.
▲일본과의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계속 핵무기를 늘리는 북중러에 대응키 위해선 한일이 미국에만 매달려선 안 되고 협력해서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 한일이 동시에 핵무장을 할 경우 국제사회는 세계경제가 입을 타격 때문에 한일을 동시에 제재할 수가 없다. 한일이 동시에 핵무장을 하면 가장 안전하게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것. ‘핵도미노’를 많이들 우려하지만 북중러가 핵무기를 늘리지 않을 때 타당한 지적이고, 북중러 핵이 늘어나는데도 한일은 비핵지대로 남으라는 건 북중러를 이롭게 하는 논리이다. 북중러 모두가 핵을 가졌는데, 그에 맞서는 한미일 중 멀리 떨어져있는 미국만 핵을 가진 상황은 안정적이지 못하다. 평화는 힘의 균형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이룰 수 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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