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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경찰버스로 만든 차벽을 사이에 두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아래쪽), 반대(위쪽)하는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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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영령의 피와 혼이 깃든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일대가 극우 물결에 휩쓸리나 우려했지만, 광주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15일 오후, 전국을 돌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이어온 극우 성향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금남로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에 맞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은 광주로 향했다. 응원봉과 깃발을 쥔 채 광주 금남로에 모인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며 윤 대통령 파면과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를 주최한 ‘윤석열 정권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시민 3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고, 탄핵 반대 집회에는 1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광주 금남로에서 맞붙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두 역사강사의 설전이 오갔다.
역사강사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소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대해 “내란수괴 지지자들이 민주주의 대표 도시 광주에서 집회를 열었다”며 “얼마든지 자유를 이야기해도 되지만 내란수괴 옹호 집회를 하는 건 홀로코스트 나치 추종자가 집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황씨는 “윤석열 지지자들은 친일 매국 세력, 독재 추종 세력, 학살 동조 세력”이라며 “극우는 순혈주의, 자국 우선 주의인데 우리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국민을 학살한 이승만과 전두환을 추종하는 윤석열 지지자들은 극우에도 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반대쪽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나선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이승만, 박정희 등 독재자들과 윤 대통령을 옹호하며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씨는 “지난 12·3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때 저는 처음에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윤 대통령이 왜 극단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깨달았다”며 “국민에게 민주당의 패악질을 알리기 위해서 비상계엄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에게선 12·3 내란 사태 이후 세를 더하는 반민주적 목소리에 대한 우려가 컸다.
광주 시민 정아무개(61)씨는 “시민들의 갈등은 모두 윤석열 탓이다. 탄핵 인용 여부가 빨리 결정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광주 집회에 참여한 노아무개(30대)씨는 “광주 금남로는 상징적인 공간인데, 그곳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한다는 것만 해도 분노가 일었다”며 “평소에는 서울로 올라가 집회에 참석했지만 이번 만큼은 광주에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고 왔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열린 ‘11차 범시민대행진’에서도 시민들은 탄핵 심판 변론을 거듭하며 이어지는 윤 대통령 쪽의 황당한 주장과, 이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민주주의의 보루 광주로까지 번진 현실에 불안을 토로했다. 같은 시각 광주 금남로에 모인 시민 모습이 중계 영상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직장인 조아무개(35)씨는 “민주의식이 쇠퇴해 버린 상황이 가장 갑갑하고 슬프다. 저들이 부르짖는 국가는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교회개혁실천연대 소속 박정태 목사는 교회가 극우적 목소리의 중심에 선 현실 앞에 “심히 부끄러워 스스로 목사라고 소개조차 못 하겠다”고 했다.
광주비상행동은 “광주의 반격은 그들의 퇴장을 명령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들은 금남로를 짓밟았다고 생각했겠지만 오히려 스스로 허약하기 짝이 없는 세력이라는 진실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광주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를 두고 여야 정치권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여권에서는 ‘광주의 변화’라고 평가했고, 야권에서는 ‘동원 집회’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80년대 이후 광주에서 수만 명의 군중이 모인 보수단체 집회가 금남로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금남로는 광주 민주화의 상징 거리인데 그곳에서 탄핵 반대 보수단체 집회가 개최될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빛고을 광주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광주는 하나였고 지금도 하나로, 영원히 하나”라며 “하나인 광주에 외인부대가 수많은 버스로 동원돼 절반으로 쪼개졌다는 주장은 억지 주장”이라고 적었다.
광주시는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5·18에 대한 왜곡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확인하면 5·18특별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천경석 기자 1000press@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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