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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5 (화)

미국판 ‘검사의 난’…트럼프 법무부 지시 반발해 연방검사 7명 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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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에릭 애덤스 미국 뉴욕 시장이 13일 뉴욕 그레이시 맨션에서 열린 소수자와 여성 소유 기업(M/WBE) 시상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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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두번째 임기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미국에서 ‘검사의 난’이 일고 있다. 뇌물 혐의를 받는 뉴욕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조하겠다고 나서자, 법무부에서 그에 대한 공소를 취하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에 불복해 연방검사 7명이 줄사직을 한 것이다.



1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을 보면 사건은 13일 법무부가 부패 혐의를 받는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에 대한 공소 취하를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법무부 2인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였던 에밀 보브 법무부 부장관 대행은 지난주 대니얼 사순(38) 뉴욕 남부연방지검장 대행에게 애덤스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라고 지시했다. 사흘 만에 사순은 사표를 던졌다. 이후 보브는 워싱턴에 있는 법무부 공공청렴부 소속 검사들에게 사건을 넘겼으나 이들도 사직했다. 몇시간 뒤 같은 부서의 검사 셋이 더 사표를 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튿날 아침 애덤스 사건을 이끌었던 같은 검찰청의 헤이건 스코튼 차장검사 대행도 직을 내놨다. 결국 공소 취하 요청서는 보브와 공공청렴부 검사 등 3명의 이름으로 법원에 제출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브는 검사 20여명을 불러놓고 지시에 불응할 땐 해고할 것이며 지시에 따르면 승진시킬 것이라고 협박 및 회유를 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7명의 연방검사가 연쇄 사직을 하는 초유의 항명 사건의 배경에는 애덤스 시장이 이민자 단속에 협조하는 대가로 트럼프 행정부가 그와 공공연한 정치 거래를 하려는 데 있다고 미 언론은 꼬집었다. 민주당 소속 애덤스 시장은 뇌물을 받고 튀르키예 정부의 편의를 봐준 혐의로 지난 9월 기소됐다. 건설사 쪽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혐의를 부인해온 애덤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플로리다 마러라고 사저로 찾아가 면담을 하는 등 ‘친 트럼프 행보’를 보였다. 지난 14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차르 톰 호만과 폭스뉴스에 함께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퇴거 정책에 협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호만은 애덤스 시장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합의’는 사직한 검사들뿐 아니라 법조계에서 심각한 법적, 윤리적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부가 애덤스 시장을 사면하는 대신 공소 취하하기로 한 건 그가 이민자 문제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다시 기소하겠다는 압박 수단을 쥐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번 항명이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사직한 검사들 중 핵심들이 보수 진영의 떠오르는 별들이라는 데 있다.



사순은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한 뒤 승진해 맨해튼지검을 이끌게 됐다. 보수적인 연방주의협회 회원이고, 미국 보수진영의 상징인 안토닌 스칼리아 전 연방대법관의 재판연구관 출신이다. 스코튼 검사 역시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과 이후 대법원에 합류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재판연구관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육군 특수부대 소속으로 3차례 이라크전에 투입됐으며 두 차례 훈장을 받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은 분명히 저항군도,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잔당도 아니”라고 짚었다. 신문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법무부 인사들이 로저 스톤 사건과 관련해 4명이 사표를 던진 적이 있으나 이들은 대부분 민주당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었다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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