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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인터뷰] 이준혁 “비주얼이 개연성? TV의 마법에 속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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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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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생 연기를 어떻게 했냐고요? 퉁치고 갑시다!”

배우 이준혁(40)이 퉁치자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이제서야 나타난 로맨스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준혁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를 통해 본격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다. 그간 팬들이 그토록 노래 부르던 로코를 이제서야 '말아'줬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성공적. '비주얼이 개연성'이라는 극찬과 함께, 이준혁의 다음 로코를 기다리는 팬들의 노랫소리는 더욱 커졌다.

사실 돌이켜보면 20대, 30대의 이준혁은 로코와는 거리가 먼듯 보였다. 수염을 기른 그의 과거 사진이 주기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될 정도. 당시엔 더 나이 들어보이기 위해 매일 잠도 안 자고 술담배를 했다는 이준혁은 이제야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된 셈이다.

이준혁의 로코는 이제 시작이다. “이준혁의 시대가 열렸다”는 말에 이준혁은 “오래 활동하다 보니 유행이 돌고 돌았나 보다”라며 유쾌한 입담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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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로코를 소화했다.

“사실 뭔가 작품을 할 때 걱정을 먼저 할 수밖에 없다. '이게 잘 될까, 다 같이 고생했는데'(라고 걱정한다). 항상 비슷하다.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들고, 감사하다. 만들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봐주셔서 감사하다.”

-이준혁이라는 존재가 시청률 상승의 비결로 꼽힌다.

“이 일을 오래 하며 느낀 건데, 어떤 캐릭터가 세상에 나오는 것은 함께하는 팀이 같은 목표지향점을 가지고 세상에 없는 것을 마치 있는 것처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정말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 칭찬을 제 이름으로 대신해서 받는 것이니, 그들에게 감사하다.”

-로맨스 연기를 왜 이리 늦게 하게 됐나.

“최근에 어린 동생들이 인터뷰하는 거 보면 로맨스 찍고 싶다고 하던데, 저 때는 다 '장르물을 하고 싶다, 깊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웃음) 다들 최민식 선배님 '올드보이' 오대수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근데 '올드보이' 할 때의 최민식 선배보다 지금 제가 두 살이 많다. 하하하. 그때 제 윗선배들의 멋진 모습에 영향을 받는다.”

-91년생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퉁 치고 가는 거 아닌가. 변을 하자면, 제가 20대 때 했던 역할이 40대가 많았다. '나는 전설이다' 때 김정은 누나보다 8살 많은 아이 아빠였다. 26살이었는데 늙으려고 노력했다. 매일 술 먹고 잠도 안 자고 담배 폈다.(웃음) 그때 저는 제 나이보다 늙은 거 했으니까, 지금 제 나이보다 젊은 거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91년생 연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일단 살을 많이 뺐다. 두툼해 보일 수 있으니. 마음가짐도 청량하게 하려고 했다. 그 전에는 나이 든 역할을 하려고 목소리를 늘 바꿨다. ('비밀의 숲' '좋거나 나쁜 동재') 동재가 지금 제 나이인 캐릭터인데, 삼십대 초반에 연기했다. 그게 부담이어서, 목소리를 늙게 내는 것이 고민이었다. 이번엔 내 목소리로 연기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더 어린 역할을 맡는다.

“인터넷에 제 사주가 있어서 우연히 봤는데, 나이 들수록 좋다고 하더라. 어릴 때 사주를 봤을 때는 대기만성이라고 해서 그게 정말 싫었다. 왜 나이 먹어서?(웃음) 지금은 나이 먹을수록 괜찮다고 하니까 더 좋은 것 같다.”

-노안으로 불린 배우였는데.

“어릴 때 노안이었고, 삶에 유리할 때가 많았다.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던 계기도 노안이어서 비디오테이프를 쉽게 빌릴 수 있었고, 극장갈 때도 유리했다. 하하하. 저는 노안이어서 처음 캐스팅이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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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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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로맨틱 코미디)를 하며 고충은 없었나.

“이 드라마 4회에 '잘생겼다'는 대사가 나오는 것이….'그런 걸 어떻게 하지?'라는 부분이 부담스러웠다. 사실 은호라는 캐릭터가 1회가 지나고 나면 캐릭터의 목적성이 상실된다. 그때부터는 목적이 없고, 대상화돼 있다. 이 모든 캐릭터의 조연을 맡고 있다. 1회가 지나고 나면 다 받아주는 역할이다. 잘못하면 되게 심심하다.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고민이 됐는데, '잘생겼다' 하나로만 있으니까 고민이 많았다. 그걸 해소하려는 노력의 과정이 있었다.”

-비주얼이 개연성이다.

“원래도 잘 안 돌아다니는데 더 못 돌아다니겠다. 대중매체의 마법에 속고 계신 거다. 사석에서 봐도, 실망스러워도 그러려니 해주시면 좋겠다.(웃음)”

-이런 생각인데, 이른바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

“대부분의 장면에 외모에 대한 수식어가 붙으면 철면피를 깔아야한다. 카메라 감독님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나. 아저씨들끼리. 이게 일이니까 서로 그냥 하는 거다.”

-한지민이 공개 열애 중인데, 이걸 잊게 만들어야 했다.

“찍을 때는 몰랐다. 후반 촬영할 때쯤 기사가 났다. 사실 잘 공감을 못하는 부분일 수 있는데, 브래드 피트가 이혼했다고 해서 몰입이 안 되지 않았다. 제가 모르는 감정일 수 있다. 요새는 그런 게 있다는 걸 오히려 역으로 체감했다.”

-한지민과 케미가 너무 좋아서 '전국민 한지민 남자친구 잔나비 눈치 보기'라는 말이 있었다.

“새로운 문화인 것 같다. 악의적으로 그런 건 아니지만, 새로운 문화의 일환인 것 같다. 그렇게 같이 즐기는 거다. 다음에 또 로코를 하면 저도 그런 댓글을 달아보고 싶다. 이전에는 댓글을 달아본 적 없다. 그게 무서웠다. 요즘엔 그렇게 않으니, '나도 그렇게 놀아볼까'란 생각이 든다.”


-연애할 때 이준혁은 어떤 남자인가.

“잘 챙겨주고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트렌드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러다가 새로운 게 나오면 백퍼센트 (트렌드가) 돌고 돈다. 과거엔 소리 치고 그런 게 대세였는데, 저는 그때 그게 힘들었다. 왜 저렇게 하지?(웃음)”

-이준혁의 시대가 열렸다.

“많이 하고 오래 해서 유행이 변했다. 돌고 도는 거다. 열심히 하다 보면 (빛이) 비출 때가 있다. 제가 오래 했으니까, 힘들게 연기하는 친구들에게 그 정도 희망을 주는 캐릭터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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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배우가 현장에서 가장 비싼 소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배우를 케어하는 것도, 배우가 다치면 제작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의지가 있는 소품인 거다. 감독이 얘를 가둬 놓고 세공할 때도 있는 거다. 그런 면에서 마음이 열려있다. 이렇게도 갈 수 있고, 저렇게도 갈 수 있다. 제한이 없다. 저 혼자 되는 일은 아니지 않나. 이 세상에 없는 걸, 백명 정도가 믿고 같이 일하면서 대중도 그걸 믿게 하는 거다.”

-피자를 너무 좋아하는데 일년에 딱 한번만 먹으면서 자기관리를 한다고.

“지금 굉장히 예민하다. 최근 이틀간 촬영장 케이터링에 피자가 나왔다. 스태프들은 점점 두둑해지는데 저는 점점 야위어가고 있다.”

-피부관리는 어떻게 하나.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그냥 열심히 한다. 생존하는 정도로 한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피부과에 간다.”

-예민한 편인가.

“잘 먹을 수 있으면 (예민함이) 없어질 것 같다. 100% 확신한다. 우울감의 대부분은 음식에서 나온다. 제일 좋아했고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해보면, 학교 끝나고 집 가서 만화책이나 영화 보면서 과자 먹을 때다. 불행한 시기에 나를 지탱해준 것이다. 그게 그렇게 비싸진 않은 것 같은데…. 오히려 일이 되면서 피자를 못 먹는다. 참 모순이다.”

-이 직업을 이어나가려면 계속 고통받아야한다.

“'범죄도시3' 끝나고 중후하게 자리 잡았으면 좋았는데….(웃음) 아이러니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20kg 불리지 않고 얼굴 관리나 할 걸. 괜히 더 늙어졌다. 그러나 저는 '범죄도시3'를 너무나 좋아한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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