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체결 한국도 안심 못 해…현지 생산·파트너십 구축 전망
독일·일본도 위기감 증폭…"자동차 업계에 큰 방해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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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관세 검토하는 미국, 한국 자동차 업계 충격 예상 |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께 수입차 관세를 내놓겠다고 예고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구체적인 부과 방식과 시점이 확정될 때까지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 등 대미 수출국과 제조사들은 자국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전체 수요가 침체하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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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車관세(CG) |
◇ FTA 방어막 흔들…현대차그룹 현지화 전략
대미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비상등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8천900만달러로, 이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4천400만달러로 비중이 49.1%였다.
작년 현대차·기아와 한국GM의 미국 수출량은 각각 97만대, 41만대가량이다.
그동안 한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자동차를 수출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나 FTA 체결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자동차에 10%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은 약 4조3천억원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B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미국이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길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9천억원, 2조4천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은 한국산 제품에 관세 20% 부과 시 현대차·기아의 EBITDA(세금·이자·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의 순이익)가 최대 19%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미국 생산을 늘려 관세 타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현지 파트너십 구축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의 총 연간 생산량을 118만대까지 끌어올려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판매량(170만대가량)의 70%에 가까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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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폭스바겐 |
◇ 독일·일본도 위기의식
독일과 일본 완성차업체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토모티브뉴스가 인용한 글로벌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판매량 가운데 수입 물량 비중은 독일 폭스바겐그룹(80%)이 가장 컸다.
현대차·기아(65%)가 두 번째였고 메르세데스-벤츠(63%), 르노·닛산·미쓰비시(53%), BMW(52%), 도요타(51%), 혼다(35%) 순이었다.
특히 독일로서는 최근 유럽이 미국 상호관세의 첫 번째 표적으로 지목된 데에 이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EU는 정말 악랄(brutal)하다. EU는 아주 고약하며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2.5%의 관세만 부과하지만, EU는 미국의 4배인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백악관은 지적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도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만을 대상으로 한 관세가 언급되지 않아 한시름 덜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점점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5%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서 비껴가지 못했고, 상호관세와 관련해선 백악관 고위당국자가 "일본은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지만, 구조적 장벽이 높다"고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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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 |
◇ 글로벌 악재…美서도 볼멘소리
대미 수출국들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체에 악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의 관세 부담이 차량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체 시장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게다가 GM의 미국 내 판매량 가운데 수입 비중도 46%였고 스텔란티스는 45%, 포드는 21%로 집계됐다. 미국 완성차업체도 트럼프 정부 관세 충격파에서 자유롭진 못한 셈이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하며 "기업들은 짧게는 몇주, 길게는 몇 년 안에 발생 가능한 무역과 관세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관세 가능성은 자동차 업계에 큰 부담이자 방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강하게 만들고 미국의 자동차 생산을 늘리겠다고 말해왔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큰 비용과 많은 혼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포괄적 관세는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북미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어떤 제조업체나 공급업체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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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팔리 포드 CEO |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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