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등장과 함께 커피머신의 영역에서도 놀랄 만한 발전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전시회 ‘CES 2025’는 ‘친환경’을 염두에 두면서도 편의성과 음용자의 개별성을 존중한 커피추출 장비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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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습기처럼 공기 중의 수분을 응축해 커피 추출에 활용하는 ‘카라포드(KaraPod)’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 했던 연금술사를 떠올리게 한다. 24시간 이내 만들어 내는 물이 양이 커피 13잔을 내릴 수 있는 정도이니 가정에서 사용하기에도 적절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환경과 인간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환경은 단지 ‘인간의 배경’이 아니라 ‘소통의 대상’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공기에서 물을 수확하는 행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 대목에서 미셸 푸코의 말을 비유하면, 우리는 커피 선택을 통해 윤리적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주체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욕망을 분명 지니고 있다.
‘리얼나인 핏(REAL9 FIT)’은 물을 끓이는 보일러를 없앤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물을 끓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인 데다 향미의 손실을 줄여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을 키워준다. 향미가 풍성할수록 음용자의 정서를 보듬는 힐링의 위력이 더욱 커진다. 리얼나인 핏은 기존 머신 대비 3%의 전력만 사용한다. 이는 97%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의미한다. 지구환경 보호라는 시대적 가치를 실현한 머신으로 평가받는다. 2021년 포항공대 출신 동문들이 착안해 올해 세계시장에 데뷔했다.
사용자의 시간과 노고를 절약해 주는 머신도 환영받는다. ‘아스트로브루(AstroBrew)’는 통상 12시간 소요되는 콜드브루를 5분 만에 완성시켜 준다. 커피가루를 밤새 물에 담가두는 대신 압력과 교반(난류), 물의 반복 순환 등의 기술을 조합해 짧은 추출 시간에도 기존의 수율과 농도를 유지시켜 준다. 찬물로 성분을 추출해 항산화물질을 더욱 많이 음료에 품도록 도와준다. 전통적으로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던 과정을 단 몇 분으로 압축하는 이 기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기다림의 미학’과 ‘즉각성의 편리함’의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보다 인간적일까?
아이스아메리카노의 세계적 유행에 발맞춘 ‘네코지타 푸푸(Nekojita FuFu)’는 겉보기에 작은 고양이 인형(사진)이다. 내부에 급속 냉동 팬이 돌고 있어 커피를 담은 컵에 걸어두면 찬 상태로 오래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AI와 기계 학습 알고리즘의 도입으로 커피 머신도 스스로 학습하고 있다. 원두의 종류에 따라 최적의 추출 조건을 자동 설정하고, 이용자의 정보를 축적해 개별 선호도에 맞춰 원두를 블렌딩해 주는 머신도 등장했다.
커피 문화의 진화는 기술과 인간성, 친환경, 전통 가치와 혁신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발전을 주도하려면 인간성에 관해 깊이 사유해야 한다. 커피가 그 시간을 길게 이어주는 친구임에 틀림없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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