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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4 (월)

'나 출세했네' 한화에서 기적을 만드는 사나이, 던진 것은 공이 아닌 희망과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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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멜버른(호주), 김태우 기자] 정신을 차려 보니 마운드 위였다. 전광판을 힐끗 보니 호주 대표팀과 상대하는 자신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6개월 전, 아니 불과 두 달 전에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기를 마친 박부성(25·한화)은 “‘나 출세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수줍게 웃어보였다.

박부성은 스스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진짜 야구를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다”라는 선수였다. 배명고 졸업 이후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한 박부성은 동의대에 진학에 프로에 대한 꿈을 키워갔지만 2025년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역시 낙방했다. 110명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됐지만 자신의 이름은 들리지 않았다. 이제 대학이라는 차선도 없었고, 말 그대로 야구를 그만둬야 할 상황이었다. 프로가 문제가 아닌,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곳을 처절하게 찾아 나서야 할 선수였다.

그러나 신인드래프트가 끝난 뒤 한화의 육성 선수 입단 제의가 왔고 우여곡절 속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꿈만 같은 일이었다. “야구를 더 하고 싶다”는 꿈을 프로에서 펼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었다. 더 의욕적으로 훈련에 매진했고, 그 모습은 2군 코칭스태프의 좋은 평가로 이어졌고, 그리고 이는 전격적인 1군 전지훈련 합류라는 극적인 스토리로 이어졌다. 지명은 받지 못했지만, 시작은 1·2라운드에서 지명된 선수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박부성은 14일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열린 호주 대표팀과 연습경기 3연전 첫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가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한화는 이번 호주 대표팀과 연습경기에 신진급 선수들을 고루 투입하며 옥석을 가린다는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오키나와 2차 캠프에 지금 선수를 다 데려갈 수 없기 때문에 생존 경쟁이 벌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 경쟁에서 첫 투수로 나섰다는 것은, 경쟁에서 조금은 앞서 나간다는 것을 상징할지도 모른다.

비록 3회 홈런을 맞았고 장타까지 허용하며 2실점하기는 했지만 씩씩하게 던졌다. 3회까지 50개의 공을 던지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은 빠르지 않지만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라는 이미지를 주기에는 충분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폭넓게 이용했다. 맞을지언정 볼질은 하지 않았다. 신인 선수로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한 투구였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첫 실전 경기, 그리고 생존 경쟁의 장에서 긴장이 될 법도 했지만 박부성은 오히려 “긴장은 안 됐다”고 말했다. 박부성은 “여기까지 온 것도 나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니까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 경기에 최대한 포커스를 맞춰서 준비했다”면서 “맞아서 준 것은 아쉽기는 하지만 다음 경기를 기약할 수 있는 것이고, 오히려 볼넷 하나가 조금 아쉽다”고 경기를 총평했다. 부정적인 총평은 아니었고, 아마 경기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이 그런 평가를 내렸을지 모른다.

한화는 이제 15일과 16일 호주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치르고, 18일 자체 연습경기로 멜버른 캠프 일정을 마무리한다. 다른 투수들도 던져야 하기에 박부성의 피칭은 14일 경기가 마지막이었을 수도 있다. 박부성은 꿈만 같았던 이번 캠프에 대해 후회는 남기지 않았다고 말한다. 박부성은 “최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게 마운드 위에서 나왔던 것 같다. 만약에 2차 캠프까지 가게 되면 선배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주자가 나갔을 때 등 상황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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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성은 육성 선수 신분으로 4월까지는 1군에 등록될 수 없다. 캠프 성과가 좋았기에 낙담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오히려 ‘5월 1일’을 바라보고 더 차분하게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아도 되고, 시즌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박부성도 이번 호주 캠프의 가장 큰 수확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 게 된 것을 뽑았다.

박부성도 “아마추어에 있을 때는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도 신경을 안 쓰고 다 던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공을 던지는 게 굉장히 많더라. 선배님들이 기술적으로도 뛰어나지만 매일 던지는데도 평균이 좋은 공을 던지는 것을 보고 이게 자기 관리구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서산에 있으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올리고 그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시즌 개막과 함께 박부성의 동화 스토리는 잠시 1군에서 쉼표를 찍겠지만, 그 사이의 챕터에도 희망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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