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창립 30주년 당일 14일 예술의전당서 서울시향과 협업
종현 '하루의 끝' 연주 땐 객석에서 눈물도
"K팝의 진화…트렌디한 대중음악, 영원한 생명력 갈구하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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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SM 창립 30주년 기념일인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CLASSICS LIVE 2025)' 현장.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2.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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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레드벨벳, NCT U, 보아, 엑소, 에스파, 종현, 샤이니, NCT 드림,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웬디, 라이즈, 소녀시대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팀들은 물론 베토벤, 드뷔시, 바흐, 비발디, 라흐마니노프, 엘가 등 클래식 작곡가의 다채로운 얼굴까지 스르륵 스쳐지나갔다.
'K팝 개척사' SM이 창립 30주년을 맞은 당일인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친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립교향악단(SM CLASSICS LIVE 2025 with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빚어낸 마법이다.
SM은 소속 가수들의 대표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서 종종 들려줬다. 한꺼번에 레퍼토리화해 한 무대에서 들려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클래식 공연을 드물게 접한, 각 팀의 팬 혹은 SM 브랜드 자체 팬인 '핑크 블러드'(슴덕)들은 이번엔 아마도 각자 내면에서 화음이 들렸으리라. 떼창을 할 수 없으니, K팝 공연장과 달리 목소리를 삼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놀라웠던 건 보컬이 없는 지점에서, 곡들이 가수와 청중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는 것이다.
클래식과 K팝은 상극에 놓인 영역의 음악들이라고 대다수가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2020년 론칭한 SM 레이블 'SM 클래식스'는 서울시향과 협업 등을 비롯 다양한 방법으로 그 간극을 줄였다. K팝의 고전으로 자리매김 중인 SM의 지식재산권(IP) 확장이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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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SM 창립 30주년 기념일인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CLASSICS LIVE 2025)' 현장.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2.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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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에선 K팝의 세련됨이 클래식음악의 아우라 그리고 서울시향 단원들의 정교한 기교와 만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순간들이 수두룩했다. 보컬이 비어 있는 자리에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들어선 셈이다.
강한뫼·이광일·조인우가 편곡한 에스파의 '블랙맘바'는 마치 에스파의 시작과 광야의 서사를 압축해 들려주듯 입체적이었다. 현대음악 풍의 밀고 당김은 전위성을 선사했는데, 원곡에 은근하게 배어 있는 그로테스크함의 상승감을 고조시키며 드라마틱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트럼본은 마치 K팝의 신스 베이스처럼 들리기도 했다.
2부의 막을 연 강상언·김영상 편곡의 NCT 드림 '헬로 퓨처'는 어떤가. 시간차를 두고 반복하는 음악적 형식인 푸가(fuga)가 변형돼 차용됐다. 이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각자 다른 꿈이 쌓여가는 판타지를 스케치하며 낭만을 선사했다. 라이즈의 '붐 붐 베이스'는 베이스 기타와 협연한 도전 정신이 돋보였다.
K팝이 보여줄 수 있는 '클래시컬함의 가장 근삿값'에 가까운 팀인 레드벨벳의 노래가 가장 많았다. '빨간맛' '필 마이 리듬' '사이코' 그리고 멤버 웬디의 솔로곡 '웬 디스 레인 스톱스' 등을 들려줬다. 관악기의 은은함과 현악기의 풍성함이 균형감이 탁월해 이날 이 팀의 노래는 클래식의 근삿값이 아닌 클래식의 절대값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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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샤이니 민호 오프닝 내레이션.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2.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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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적인 측면도 부각됐다. 샤이니 종현은 우리는 의식 못하는 존재의 부축을 받아 위로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려준 뮤지션이다. 그런 그는 그래서 유독 밤과 어울린다. 푸른 밤, 달빛 그리고 '하루의 끝'까지. 작곡가 박인영이 종현의 솔로곡 '하루의 끝'을 편곡하면서 전주에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을 비춘 이유가 있다. 샤이니 민호가 내레이터를 맡아 이날 공연의 문을 연 것이 기폭제가 돼 '하루의 끝' 연주 당시엔 객석 군데군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광야가 아닌 실제 광장 곳곳에서도 울려 퍼져 'K팝계 아침이슬'로 명명되며 명실상부 K팝의 고전이 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다만세')도 특기해야 한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켄지의 가슴 벅찬 멜로디는 엘가 '위풍당당 행진곡'을 만난 동시에 이광일·정지원·최혁렬의 웅장한 편곡과 맞물려 공연의 마무리에 제 격인 이 시대 '환희의 찬가'가 됐다.
이렇게 보컬이 없어도 흐르는 SM의 음악들은 언제나 인생과 시대에 답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가 최근 증명한 것처럼, 일련의 사회 현상에서 이미 K팝은 빠질 수 없는 시대정신이 됐고 SM은 그 중심에 있다.
H.O.T. 정규 3집(1998)에 실린 곡으로 'SM타운 라이브'의 상징이자 SM 사가(社歌)로 통하는 '빛'은 이날 SM 클래식스의 공연에서도 앙코르가 됐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과 화음을 이룬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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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SM 창립 30주년 기념일인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CLASSICS LIVE 2025)' 현장.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2.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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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계 슈퍼스타인들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임윤찬 열풍 등에 힘 입어 국내 클래식 관객 역시 젊은 편이지만 이날 예술의전당엔 유독 10대, 20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인터파크티켓 예매 기준 10대(4.9%)·20대(41.3%)가 46.2%였다.
클래식 공연장은 처음이라는 고등학생 정수연 양은 "최근엔 최애(NCT) 덕분에 고척돔을 많이 찾았는데 예술의전당은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 처음엔 낯설었다. 하지만 평소 어렵게 느껴지던 클래식 공연장과 클래식 음악이 K팝 만큼 흥미진진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4대 대형 K팝 기획사 중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대관한 건 SM이 처음이다. 대중음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술의 영역이 아닌 산업의 영역으로 여겨졌으나,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전과는 받는 대우도 다르고 방향성·지향하는 가치의 수준도 남달라지고 있다. 고전을 갈구하는 K팝이 점차 포만감을 느껴가는 장면들을 청중들은 이날 목도했다. 미디어아트와 조명의 결합도 수준급이었다. 차세대 지휘자로 통하는 김유원 지휘자는 곡의 서사를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극적으로 해석하는 힘을 보여줬다.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15일 오후 롯데콘서트홀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레드벨벳 웬디가 협연자로 나선다. 처음부터 에술의전당 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 두 곳 공연을 모두 생각했다는 문정재 SM클래식스 대표는 "우리 레퍼토리 중 롯데콘서트홀에서 조금 더 예쁘게 구현이 되는 곡이 있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어울리는 멋스러움이 있는 곡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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